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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난 인문학 Nov 13. 2024

호박잎을 보면 '엄마'가 생각난다

 요즘 이맘 때면

우리 엄마는 밥솥에 호박잎을 얹혔다.

쌈장에 싸먹는 호박잎 맛을 알게 된 것은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할 때였다.

여름 휴가에 엄마를 만나러 가니

어릴 적에 봤던 호박잎을 내놓았다.

싱싱한 푸성귀와 함께…

어렸을 때는 까끌까끌하다고

먹지 않았는데

한번 먹어보라는거다.

지금 이 시절이 아니면 먹지 못한다면서…

맛있다는 것보다

좀 특이한 매력이 있었다.

엄마는 호박잎 쌈을 권하면서

‘너 어릴 적에는 입도 대지 않았다’라고 말씀하신다.

어린 나이에 무슨 맛으로 호박잎을

쌈채소로 먹었겠는가?

맛있는 상추가 있는데…

그런데 매력이 있었다.

부러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엄마는 너무나 좋아하셨다.

나는 속으로 오늘 효도했구나에 한 표를 던지기도 했다.

그 후로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한 동안 먹지 않다가

최근에 우연히 시장에 갔다가

호박잎을 발견하고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한봉지를 샀다.

아무 대책없이 그냥 샀다.

그냥 반가워서….

엄마가 하늘나라에서 사라고

수신호를 보내는 것 같았다.

호박잎을 가지고 나오신 할머니께서

요즘 사람들은 다듬을 줄 몰라서

당신께서 찌기만 하면 먹을 수 있게

다듬었다고 하신다.

그날 저녁에 호박잎에 쌈을 싸서

맛있게 먹었다.

먹는 동안 어머니가 그리운 것은

인간의 기본 속성이겠지.

휴가 때 용인에 모신

부모님을 뵙고 와야겠다.

엄마에게 호박잎 먹었다는 이야기도 들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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