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람난 인문학 Nov 22. 2024

대한민국에서 바다는
경포대를 의미한다

 

 지난 가을 어느 주말에 

친구들과 용평에서 하루 묶고

다음 날 강릉 경포대에 갔다.

나에겐 바다 그 자체인 바다다.

정말 특별한 바다다.

아이에게 처음 바다를 보여주려면

경포대를 가라.

태평양 건너에서 오는 거대한 파도가

무섭게 느끼기도 할 것이고

때로는 건너야 할 도전의 장소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어떤 기억을 심어주느냐는 것은

당신에게 달려있다.

아이에게 도전을 가르치고 싶으면

경포대에 가라.

나는 고1 겨울 방학 때

선배를 따라 갔다.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바다였다.

여름에 해수욕장 손님을 받았던 여관들은

겨울엔 연탄 값만 치르면 하룻밤을 재워줬다.

지금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 갈 것이다.

선배와 나는 여관 방에 들어가 문학 이야기를 진하게 했고

특히 밤이 깊어지면 특유의 바람 소리가 무섭게 불어왔다.

바람 소리를 들으며

정철의 관동별곡 이야기를 했고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아마도 대한민국에서

겨울 바람 소리가 가장 아름다운 곳은

이곳이라고 생각했다.

밤이 깊어 가면 갈수록 바람소리는 더 사무쳤고

거친 파도 소리는 이중주가 되어

어린 고등학생들의 마음을 에워 팠다.

어린 나이에 경포대 해수욕장의 여관 방에서 느끼는

겨울 바람소리는 긴 시간이 흐른 지금에도

귓가에 들리는 듯하다.

나는 그 이후 뭔가 돌파해야 할 상황이 벌어지면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경포대를 자주 찾았다.

그 옛날 정서는 다 사라졌지만

그래도 바닷가에 가면

까까머리 고등학생이었던 나를 만나는 것 같다.

거기에서 고등학생의 패기로

그 때의 무모함으로 세상과 맞서는 것이다.

금방이라도 사람을 삼킬 것 같은 파도를 보면서

언젠가 나도 세상을 향해 저렇게

달려가 보자는 결의를 해본다.

내가 지금껏 하고 있는 광고에서

그리고 앞으로 하고 싶은 소설로

세상과 만나고 싶은 마음으로 파도 앞에 선다.

작가의 이전글 사춘기 때는 엄마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