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등산을 가야 하는데 비가 온단다.나는 비를 싫어했다.과거형인 이유는 요즘비가 주는 감성에 흠뻑 빠져있기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T 감성을 내뿜었던 나는 비가 오는 날은 옷과 신발이 젖어서 싫었고, 차가 막혀서 싫었다. 버스 안에서 젖은 우산들에 치이는 건 정말 최악.(같은 이유로 눈 내리는 날도 싫어하는 T형 인간)불편한 것들이 잔뜩인 날에서 빗소리가 좋다는 둥 감성을 찾는 사람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도 비를 마냥 싫어할 수는 없었던 건 비가 내린 다음날을 가장 좋아했기 때문이다. 가장 좋아하는 날씨를 만나려면 어떻게든 싫어하는 비를 만나야 했으니깐.
삶은 동전의 양면 같은 것.
비가 내리고 난 다음의 그 상쾌한 공기가 좋았다. 비를 흠뻑 맞은 나무들이 뿜어내는 그 냄새가 좋았고, 먼지를 씻어 내리고 난 후 그 깨끗한 풍경이 좋았다.나는 여전히 비 내리고 난 후를 가장 좋아하는 날씨로 꼽는다.
보슬비가 내리던 날. 성수의 카페 '할아버지공장'에서 올려다 본 모습.
한 가지 달라진 것이 있다면 요즘은 비가 싫지 않다는 것이다.요즘 내 휴대폰 갤러리에는 비 오는 날의 풍경을 찍은 사진들로 가득하다.최근 비가 내리는 날들이 많아서 일지도 모르겠지만비와 함께 만난 꽃과 초록잎들은 나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비는 튤립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비 오는 날의 에버랜드. 비 내리는 봄날의 놀이동산은 예뻤다.
삶을 바라보는 태도가 달라졌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이 글을 쓰기 시작한 건 오늘 아침 공방으로 향하던 버스 안. 내일 등산 가야 하는 데 비가 오나 안 오나 하늘을 한참 봤고,지금은 저녁 7시 반 집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