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중랑천에서 자전거를 탔다. 불혹을 앞두고 자전거의 유혹에 넘어간 나는 자전거를 배웠다. 19살 수능 끝나고 도전했던 게 마지막이니 20년 만에 재재재재도전쯤 만에 나는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되었다.
땅에서 발 떨어지는 게 무서워 매번 실패했던 나는 겨우 30분 만에 티브이에서 보던 것 마냥 두 발을 떼고 "어! 된다!"를 외쳤다. 자전거를 가르쳐주던 내 가장 친한 사람도 실은 두 달은 걸릴 줄 알았다며 놀라워했다.
그렇게 두 발을 뗀 지 이제 1년이 조금 넘었다. 아직 자전거를 탈 때마다 무서운 마음이 들긴 하지만 그래도 '라라라라 라라 라라라' 그 시절 포카리스웨트 광고 음악이 매번 내 귓가에 들리는 걸 보면 꽤나 재밌는 것 같다. (자전거에 바구니가 없는 게 아쉽다.)
자전거를 타며 가장 무서운 건 자전거가 흔들릴 때다. 비틀비틀할 때면 어딘가 부딪칠 것 같고, 꽈당하고 넘어져 크게 다칠 것만 같다. 자전거를 탈 때마다 이 두려움은 즐거움과 항상 공존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흔들리는 자전거를 흔들리지 않게 하려면 자전거 바퀴를 굴려야 한다. 넘어질 것 같은 두려운 마음을 누르고 딱 한 번만 발을 구르면 자전거는 이내 중심을 잡는다.
오늘도 자전거를 타며 속으로 되뇌었다. '한 번만 발을 구르면 된다.'
딱 한 바퀴만 나아가면 두려움은 안심으로 바뀐다.
삶도 자전거 타기와 비슷한 것 같다. 두 발을 떼는 게 두려우면 자전거를 타지 못한다. 하지만 두 발을 떼고 딱 한 번만 발을 구르는 순간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자전거를 타며 보는 세상은 걸으며 보는 세상과 다르다. 시각뿐만 아니라 후각, 청각, 내 뺨에 닿는 바람의 촉각도 다르다.(벌레도 느낄 수 있다.) 이제껏 내가 느꼈던 감각과는 다른 새로운 감각이 열리는 기분.
두 발을 떼고 발을 굴려야 느낄 수 있다.
삶이 흔들린다면 딱 한 번만 발을 굴려 한 바퀴만 앞으로 나아가보자.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중심을 잡는 것이 아니라 중심을 잡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자전거가 흔들리는 순간 두 발로 땅을 짚으면 흔들리던 속도에 어딘가에 부딪치거나 넘어질 수 있다. 자전거가 앞으로 나아가려는 것처럼 우리의 삶도 언제나 흐른다. 그 속도에 맞춰 발을 구르자. 딱 한 바퀴만 발을 굴려 앞으로 나아가자. 힘들 때 두려울 때 나는 자전거 타기를 떠올린다. 딱 한 바퀴만 발을 굴리자. 그럼 다시 중심을 잡을 수 있다.
중랑천을 지나다 만난 청보리밭으로 추정되는 곳에서 나의 두려움과 즐거운 감정의 응집체인 자전거. 다혼 미니벨로 K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