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만 딸 써!

엄마가 만들고 딸이 써주는 책 3편

by 둘째


두 번째,
두부찌개




1. 재료(5인분 기준)

- 두부 2모(단단하든 아니든 다 좋음)

- 돼지 앞다리살(삼겹살도 좋음) 300g

- 양념: 간장, 들기름, 고춧가루, 다진 마늘, 대파


2. 만드는 방법

1) 간장과 다진 마늘, 고춧가루는 한 스푼, 들기름은 두 스푼을 섞어 양념을 만든다.

2) 물 5~600ml를 냄비에 양념과 함께 넣고 끓인다.

3) 중간에 돼지고기도 넣고 10분 정도 끓여준다.

4) 두부를 원하는 크기로 썰어 넣고 물을 졸이듯이 2~30분 정도 중불로 끓인다.

5) 대파를 썰어 넣고 이후 모자란 간은 소금으로 한다.


3. 엄마만의 노하우

- 돼지고기는 굳이 앞다리살 아니어도 삼겹살, 오겹살도 맛있다. 기름진 부위가 들어가야 고소한 맛이 좋다.

- 당연히 국물이 더 좋으면 양념과 물을 추가하면 되고, 두부가 더 좋다면 두부를 더 넣어도 된다.

- 전골 같은 스타일을 좋아하는 둘째 놈 때문에 제법 시간을 들여 졸여서 밥에 비벼먹게 해도 좋다.



푸욱 곰국을 기다리듯 끓이고, 끓인다. 엄마의 모든 음식에는 항상 깊은 시간과 기다림이 존재한다.


이건 소주야!




어릴 적 엄마와 슈퍼를 가는 건 즐거운 일이었다.


엄마 손을 잡고 슈퍼에 도착하면 일단 얼마나 으리으리한지, 나에게 고래등 같은 기와집은 슈퍼였다. 엄마는 늘 바쁘셔서 장을 보면서도 다음 집안일을 생각하시다 보니 내게 얌전히 있으라고 잔소리하면서 삼 남매의 제각각 입맛을 맞추기 위해 부지런히 장보기에 착수하셨다. 그동안 나는 시끄러운 노래 가락을 같이 흥얼거리며 흘끗흘끗 과자나 옥수수, 새로 나온 장난감에 막 눈이 돌아가면서 엄마를 따라다녔다. 그런데 왜, 그날따라 야채를 뒤적이는 엄마 옆으로 깔린 두부가 그렇게 뽀얗고 탱탱해 보이는지 시선을 거둘 수가 없었다. 어렴풋한 기억에 나는 그 하얀 촉감이 퍽두 궁금했었다. 결국 호기심을 참지 못하는 나이였기에, 바로 고 작은 손가락으로 두부에 구멍 송송송 기깔나게 뚫어버렸다. 아주 야무지게 두 판 정도를. 그것이 바로 격동의 90년대식 촉감놀이였다.


엄마는 그날 저녁에 그 두부를 싹 사와서 두부 파티를 준비해야만 했다. 어쩌면 가정교육 못 받은 애라고 손가락질 받을 법도 한 몰상식한 행동이었는데, 판매하시던 아줌마는 난처하게 웃고 있었고 엄마도 허둥거렸지만 웃고 있었으며 주변에 장을 보던 할머니들도 하얀 두부가 잔뜩 튄 날 보며 기운도 좋다고 어이없이 웃고 있었다. 물론 집에 가서 내복 바람에 한 시간 정도 문 밖에 벌서긴 했지만 뭐랄까, 잘못인 걸 알고 다신 그러지 말아야겠다고도 생각을 했지만, 평생에 이런 추억 하나 생긴 게 뿌듯한 기분이다. 그런 그 당시의 분위기를 생각해 본다면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 한 마을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건 정말 맞는 말인 것 같다.


물론 이 자리를 빌려 그때의 슈퍼 직원과 엄마에게 진심으로 사죄를 드린다.


당시에 엄마는 어린 나에게 두부찌개보다는 두부조림이나 두부구이를 많이 해주셨다. 단순히 두부의 촉감만을 좋아한 것이 아니라 나는 콩에 관련된 모든 걸 좋아했고 그중에도 두부는 정말 게 눈 감추듯 잘 먹었다. 그 때문에 엄마는 두부 요리 끝판왕이었다. 곧 두부 시리즈는 또 나오겠지만, 들기름에 촉촉하게 구워진 두부를 엄마표 간장에 찍어 먹으면 향긋하고 따뜻한 맛이 사르르 스며드는 기분이 들어 정말 좋다. 이후에 조금 더 크고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갔을 땐 동네에 두부아저씨가 종을 치며 트럭을 몰고 오시는 곳이었다. 그때마다 나는 두 귀를 쫑긋, 세웠다.


엄마 두부 있어?


엄마가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두부 재고량 체크는 늘 나의 몫이었다. 성인이 되고 나서는 엄마가 두부찌개를 자주 해주셨는데 칼칼하고 고소하니 해장하고 싶으면 늘 생각나는 음식이 되었다.


이야 이건 소준데!


이렇게 말할 때마다 엄마한테 숟가락으로 한 대씩 맞긴 하지만, 술 좋아하는 사람들은 다 같은 마음일 것이다. 이 말이 얼마나 큰 찬사인지를! 두부찌개 가득 퍼서 밥에 열심히 비벼 먹으면 육즙 가득하고 쫀득한 돼지고기와 부들부들 따뜻한 두부 조합이 기똥차다는 표현밖에 나올 수가 없다.


다섯 명이서 다 먹기 어려울 만큼 한 솥을 끓여도, 소주 한 병만 있으면 부족하기만 할 만큼 감칠맛 나는 두부찌개. 나와는 달리 아빠는 두부찌개를 썩 찾아드시는 편은 아니셨지만, 타지에서 일하다 온 딸이 두부찌개를 목놓아 부를 때면 본인 드시고 싶은 건 말하지 않고 같이 맥주 한 잔을 해주신다. 내가 두부찌개를 먹으며 엄마와 하는 대화를 유심히 바라보고 웃어주시곤 하신다.


이 두부는 어디서 주문을 한 건가?

- 그냥 집 앞 슈퍼에서 할인해서 사 왔어.

고기는 막 잡은 돼지로 사 온 거야?

- 얘가 무슨 소릴 하는 거야. 그냥 요 앞에 아줌마한테서 사온 고긴데.

그럼 왜 내가 끓이면 이 맛이 나지 않는 거지?


괜히 심통 부리듯 투덜거리면 아빠가 눈치껏 거들었다.


- 너희 엄마가 끓이니까 다른 거야. 손맛이 있지.

그런 맛있는 걸 왜 아빤 안 먹어?

- 다 너 먹으라고 주는 거지. 네가 제일 좋아하잖아.


모든 아빠들은 집안 여자들 점수를 따려고 평생을 노력하고 있다. 그것이 또 싫지만은 않으니까 웃으며 다른 이야기를 또 한다. 가족과 함께하는 저녁식사는 단순한 소속감만으로 따뜻하기보다, 내복 차림에 방귀나 뀌어대도 내 새끼, 내 엄마, 아빠 하게 되는 편안함 때문이리라.


그래서 그런가, 나는 요즘 시금치값이 또 올랐어, 옆집 아이가 벌써 중학생이야, 오늘 초코(귀여운 우리의 반려견)가 산책하다가 넘어졌어 등 실없이 가족들과 주고받는 대화가 좋다. 가장 좋은 건 엄마의 요리에 어떤 재료가 들어갔고, 어떤 엄마의 시간이 들어갔는지를 찾아내는 것이다. 약간 탐정이라도 된 것 마냥 뭘 넣었어? 뭐 했어? 어떻게 했어? 하면서 아주 엄마를 많이 귀찮게 하고 있다. 물론 엄마의 음식은 엄마가 직접 담그는 간장과 된장, 고추장 때문에 내가 따라갈 수 없는 넘사벽임을 알면서도 부단히도 꿀팁이란 걸 알아내려고 노력한다.


문득 그것이, 바빠서 떨어진 시간만큼 보지 못한 모습을 상상하고 싶은 걸까, 라는 생각도 든다.


오랜만에 집에서 또 두부찌개를 먹는다. 역시, 소주다!




엄마와 손을 잡고 협업을 도모한 지 벌써 4개월이 흘렀다. 그간 이사도 하고 아버지 이직 이슈도 있고 나도 꽤나 바쁜 사회생활을 보냈다. 좋은 일도, 힘든 일도 늘 하던 대로 있었는데 유독 왜 가족과의 약속은 자꾸 뒤로 밀리는지. 많은 미안한 마음을 담아 서둘러 묵혀둔 글을 꺼냈다.
앞으로도 이런 불규칙성이 보일 텐데 미리 가족들과 독자님들께 사과드립니다. 그래도, 엄마랑 끝까지 갑니다. 믿고 계속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다시 또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