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스위치가 고장나던 날
들어가는 데는 꼬박 2년의 청춘이 걸렸는데, 나오는 건 A4 용지 한 장이면 충분했다.
'의원면직'. 남들은 신의 직장이라 부르며 부러워하는 공무원증을 반납하던날, 절차는 허무할 정도로 간단했다. 나는 그 길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짐을 쌌다.
사람들은 물었다. "도대체 왜? 그 좋은 직장을?"
나를 내몬 것은 거창한 비전이나 불화가 아니었다. 아주 사소하고도 치명적인, 내 몸의 고장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숨'을 의식하고 있었다. 사람은 하루에 수만 번 숨을 쉰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는 순간까지, 의식하지 않아도 저절로 굴러가야 하는 것이 호흡이다. 하지만 사무실 책상 앞에만 앉으면 내 호흡 스위치는 '자동'에서 '수동'으로 바뀌었다. 긴장이 찾아오면 몸은 숨을 멈췄다. 내가 의식해서 챙기지 않으면 호흡이 멈춰버릴 것 같은 강박과 함께.
처음엔 그저 스쳐 지나가는 증상인 줄 알았다. '피곤해서 그렇겠지, 이러다 말겠지.' 하지만 착각이었다. 불편함은 한 시간이 되고, 두 시간이 되더니 야금야금 내 시간을 갉아먹기 시작했다. 급기야 그것은 내 일상 전체를 집어삼켰다. 눈앞의 업무는커녕 가만히 앉아 있는 것조차 힘겨워지는 순간들의 연속이었다.
몸의 신호에 무딘 나는, 그제야 나는 백기를 들고 병원 문을 두드렸다.
누군가에게 설명하려 해도 선명하게 닿지 않을 이야기였다. 사실 나조차도 이해할 수 없었으니까. 숨 쉬는 법을 까먹다니, 이게 말이 되는가. 하지만 병원에서 나는 알게 되었다. 세상에는 나처럼 마음의 오작동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고 다양한지.
자신의 몸에서 냄새가 날까 두려워 멀쩡한 몸에 세 번이나 수술을 받은 사람, 잔뇨감이 완벽한 '0'이 되어야만 비로소 안정을 찾는 사람... 형태만 다를 뿐, 우리는 모두 각자의 강박 안에 갇혀 숨을 참고 있었다. 그제야 인정할 수 있었다. 나는 유별난 게 아니라, 아픈 거였구나.
이대로 버티면 정년은 보장되겠지만, 나는 그전에 질식할 것만 같았다. 일단 내 몸부터 돌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사직서를 내던지고 나온 지금, 미래는 불투명하고 통장은 가벼워졌지만, 역설적이게도 숨만은 가볍다. 이제 나는 숨을 의식하지 않는 순간이 더 많다. 그것만으로도, 내가 이 길을 선택한 이유는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