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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손 May 07. 2024

백내장 수술 생생 후기 (1)

 

백내장 수술 소감을 요약하자면, "내 눈의 각막 일부가 메스로 잘려나간 다음, 수정체가 초음파 기계로 잘게 부서지고 이후 새로운 인공렌즈가 장착되는 모든 순간들을 멀쩡한 의식하에서 리얼하게 느낀 놀라운 경험이었고, 이는 내가 유튜브를 보며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아프고 험한 것"이었다. 

그리고 수술한 지 하루가 지나 안대를 풀고 바라본 세상은 더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3년 전, 정기적인 건강검진 결과로 '안과정밀 검사'를 통보받았을 때 나의 첫 반응은 병원 녀석들에 대한 불신 그 자체였다. 비록 변변찮은 눈이지만, 교정시력 0.8에 대한 평소 자신감만큼은 컸기에 몇 달 동안은 미적미적 재검 자체를 무시하며 지냈었다. 

그러나 매사에 빈틈없었던 아내의 불호령은 결국 나를 안과병원으로 몰아넣었고, 30분 남짓한 검사의 결과로 '우안 백내장 초기' 진단을 통보받게 되었다.


그런데 백내장이란 게, 겨울철 추운 곳에서 따뜻한 방으로 들어가면 안경에 뽀얗게 김이 서려 주변이 흐릿하게 보이는 것과 동일한 병으로, 실제 특별한 약물 투여 등으로 이를 개선할 방법이 없었고 최종 수술만이 정답이어서,  6개월 주기로 그동안 시력이 어느 정도 더 나빠지고 있는지만 검사하면서 그럭저럭 3년을 보냈었다. 

그 시간 속에서 나의 우안시력은 결국 0.3까지 나빠졌고, 그 결과로 운전이 불편함은 물론이고 친구들과의 내기 골프에서도 돈을 잃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게 되었으며, 

이는 평소 엄살과 겁이 많은 내가 최종 수술을 결심하는 가장 큰 동기가 되었다.


수술 일정이 결정된 다음, 나는 수많은 유튜브 채널들을 통해 수술 개념과 수술 과정 및 렌즈의 선택, 수술 후 부작용 등에 대한 정보들을 습득했고, 그 모든 상황을 사전 머릿속으로 여러 번 시뮬레이션해 보았다. 

백내장 수술에 대한 나의 이해도를 요약하자면 '귤의 껍질을 일부 절개한 후, 기계를 귤의 내부에 넣어 귤 알맹이만 잘게 부순 후 이를 빼내고 빈 귤껍질에 렌즈를 집어넣는 것'이었다. 이중에서도 특히 인공렌즈의 선택은 중요하다고 나는 생각했다. 

왜냐하면 렌즈를 한번 시술하게 되면, 다시 재수술을 통해 교체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들었기 때문에 평생의 반려자를 선택하는 마음가짐으로 사전 결정을 해야 했다. 

결론적으로 다초점 안경을 쓰고 어지러운 증상으로 고통(?) 받았던 과거의 경험 때문에 프리미엄급 단초점 렌즈를 선택했는데 이는 수술 후 현재 상태를 볼 때, 잘 한 결정으로 생각된다.


수술 당일의 경험은 평생 잊지 못할 파노라마의 연속이었다. 먼저 영화에서나 봤던 수술대에 처음 누었는데 그 순간의 생각들은 "왜 속옷까지 전부 벗고 수술복만 입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과 눈의 마취를 안약으로만 한다는데 수술 중에 아프지 않을까?" 하는 것들이었다. 그리고 엄청나게 밝은 조명아래 눈알을 누르는 듯한 묵직한 감각, 날카로운 칼날이 각막을 천천히 절개해 가는 느낌, 치과기구 비슷한 초음파 기계가 수정체를 잘게 쪼갠 후 이를 빨아들여 세포 조각들이 차근차근 제거되는 과정들을 생생하게 느꼈다. 놀랍지만 수정체 없이 망막신경만으로, 마치 그림자 연극할 때 보이는 사물의 이미지처럼 섬세하고 명확히 보고 느낄 수가 있었다. 

수술 중 들었던 또 다른 생각은 "나의 신체 일부가 영구히 제거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및 인공렌즈가 정말 내 수정체를 대신할 수 있을까? 만약 나쁜 확률이 내게 일어나면 어떡하나?"와 같은 것들이었는데 실제 이러한 걱정시간은 짧았고 빨리 지나갔다.

그리고 수술 중에 잠깐이지만, 눈 통증이 세게 와서 아프다고 호소하자 마취 안약을 더 넣고 잠시 기다렸다가 다시 수술을 재개하기도 하였다.

수술 시간은 약 1시간으로 통산적인 30~40분보다 더 걸렸는데, 이는 나의 수정체가

많이 딱딱한 탓이었다고 하며, 모든 수술의 결과가 그렇듯 "매우 성공적으로 잘 되었다"라는 의사의 최종 선언을 들은 후 수술대에서 내려올 수 있었다.

 

그리고 최근의 모든 백내장 수술이 그렇듯, 수술부위에 안대만 장착한 후 바로 집으로 귀가하였다. 수술 후 24시간은 회복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골든타임이지만, 집에서도 서열 1위 아내가 지시하는 몇 가지 규칙만 잘 지키면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 특히 눈을 비비거나 세안을 한다는 것은 금기사항이어서 나 스스로도 매우 조심하였다.


다음 날, 안과를 다시 방문하여 간단한 시력검사를 한 후 안대를 풀게 되었다.


그리고 병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내가 그동안 보았던 세상의 빛에 대해 처음으로 놀라운 진실을 알게 되었다. 

(만약 내가 백내장 수술을 하지 않았더라면 절대 모르고 지나갔을 새로운 사실 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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