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색 운동화 한 켤레.
곱디고운 우리 엄마는 둘째 동생을 들쳐 엎고, 전라도에 간 단다.
“물건 팔러 아빠랑 저기 저~ 전라도 갔다 오께. 한이랑 같이 땅골할매 집에 가 있어래이~“
고작 초등학교 3학년인 나에게 1학년짜리 동생을 맡기고.
우리 엄마, 아빠는 전라도로 갔다.
언제 온다는 기약도 없다.
땅골 할매 집에서 학교까지 가려면 언덕 3개를 넘어야 한다.
코찔찔이 울보 동생 손을 잡고 학교 가는 길이 이렇게 멀 줄 몰랐다.
학교 가기 싫다. 그냥 엄마 따라간다 할걸..
보고 싶은 엄마 생각에 걸어도 걸어도 끝이 없다.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씩씩하게 잘 놀고 있으라 했는데..... 꼭 저런다.
코찔찔이 울보 내 동생은 또 저쪽 한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다.
왜 또 구석이고...
왜 또 저래 쪼그리고 앉아 있노...
혼자서 뭘 하는 건지..
돌멩이 하나를 들고, 뭐를 그리는 지.. 한참을 지웠다 말다 그렸다 말다 교문 쪽을 쳐다보다 말다 한다.
“한아~ 거서 머하노~”
“누나야~~~~”
운동장 한 귀퉁이에 앉아 한없이 나를 기다리던 코찔찔이 내 동생이 쳐다본다.
다시 땅골 할매 집으로 걸어간다.
칭얼거리는 동생 손을 잡고 땅골 할매 집으로 걸어간다.
언덕을 벌써 몇 개를 넘은 것 같은데...
골짜기를 몇 개를 넘은 것 같은데...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저기 저쪽 초가집 처마 밑에 한 아줌마가 앉아 있는 것이 어슴푸레 보인다.
덥기도 덥고, 아줌마도 지쳤는지 손으로 연신 부채질을 하는 것도 같다.
눈길 돌릴 새도 없이, 한이가 칭얼댄다.
“누나야 빨리 가자.
오늘은 엄마 올지도 모르잖아.“
한이 말대로 진짜 엄마가 왔는지도 모른다.
아니, 며칠 더 걸릴지도 모르는데.. 아직 왔을리가 없다.
마음과 다르게 발걸음이 빨라진다.
어서 가자 어서..
바로 그때, 아까 그 아줌마가 뒤에서 큰 소리로 부른다.
" 숙아~!!!"
우리 엄마다. 예쁜 우리 엄마다.
엄마가 벌써 올 줄 기대도 못했다.
며칠 지났다고 엄마를 못 알아보다니..
첫째라고 맨날 씩씩한 척. 아무렇지 않은 척했는데...
오늘은 나도 모르겠다.
엄마~ 엄마~ 엄마~
보고팠던 우리 엄마 품에 안겨 엉엉 울어본다.
바로 그때, 엄마가 운동화를 내민다.
" 숙아. 이 운동화 신어바래이"
남색 운동화. 내 발에 꼭 맞다.
맨날 한이만 엎어주고 맨날 한이만 손잡아주던 우리 엄만데
엄마가 내 신발 문수를 어떻게 다 알고 있는거지?
내 고무신 다 닳은 거 우째 안거지?
이제 다 헤진 검정 고무신 버려도 된다.
저 멀리 전라도까지 물건 팔러 다녀온 엄마가.
고생만 실컷하고 왔을 엄마가 사 온 건.
내 신발 딱 하나다.
울 아빠가 옆에 있었는지 없었는지.
내가 땅골 할매 집에 얼마나 있었던 건지.
그날. 할매 집에 자고 왔는지, 집에 바로 왔는지.
그때. 코찔찔이 울보 내 동생이 엄마 아빠를 만나 울었는지, 안 울었는지.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기억나는 건 단 하나.
엄마가 사 들고 온. 저 멀리 전라도에서 들고 온.
고무다라이에 담겨 있던
내 발에 꼭 맞는 남색 운동화.
아직도 떠올리면 뭉클한 마음 그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