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국민학교 3학년. 바로 밑의 동생이 1학년.
막내 동생은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던 그 시절.
아빠의 목수 기술을 눈여겨보던, 건너 마을 송 씨 아저씨가 동업을 하자 하셨단다.
"허허. 그랍시다. 내야 목수 일 밖에 할 줄 모리는데, 다른 건 송 씨가 다 알아서 하소."
순진하고 어리숙한 우리 아빠는 목수 일만 열심히 했다. 말 그대로 정말 일만 열심히 했다.
수금은 송 씨 아저씨가 하고.
아빠의 일감이 점점 늘어나자, 엄마가 웃는 날도 점점 늘어났다.
이제 형편이 좀 나아지려나 기대했다.
이제 월사금 못 내서 부끄러워지는 일은 없겠구나.
아쉬운 소리 안 해도 되겠구나.
다행이다 싶었다.
동업한 지 벌써 일 년이 다 되어가고, 아빠는 밤낮없이 열심히 일했는데도 여전히 우리 집은 가난했다.
"전~부 외상으로 다 맡기가꼬 받은 돈이 한 푼도 없네."
"우짜겠노. 돈 받으면 연락 주소."
얼굴에 기름이 흐르던 송 씨 아저씨의 말을 아빠는 곧이곧대로 믿었다.
한참 동안 돈을 받지 못해서 우리 집은 갈수록 어려워졌고, 송 씨 아저씨와는 연락이 되지 않았다.
“못받은 미수금 당신이라도 받으러 댕기야 되는거 아니라예?"
한숨만 푹푹 쉬던 엄마가 아빠를 재촉했다.
답답한 마음에 아빠는 이집 저집 미수금을 받으러 돌아다니기 시작하셨다.
그런데.... 알고보니, 미수금을 못 받은 게 아니었다.
송 씨 아저씨가
수금한 돈을 몽땅 들고 튀었단다.
양반 집 출신 목수.
'선비' 같던 우리 아빠.
묵묵히 일만 할 줄 알았던, 사람 좋던 우리 아빠는
수소문해 봐야 아무 소용 없는 일이라며
송 씨 아저씨 찾아볼 생각도 안 하신다.
연신 담배만 뻐끔뻐끔 피워댈 뿐....
가난한 우리 집은 더 가난해졌다.
돈 나올 구멍이 눈 씻고 봐도 정말 하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