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내 마지막 수학여행

국화반 김남숙

by 생각쟁이

"다음 달에 수학여행 간데이~ 못 가는 사람 손 함 들어봐라."


담임 선생님께서 곧 수학여행을 간단다.

우리 반에서 수학여행에 못 간다고 손 든 사람은 나랑 순심이 딱 두 명이다.


" 저요. 저 안갑니데이~"

쭈뼛쭈뼛 손들기도 망설이는 나와 다르게 순심이는 슬쩍 나를 쳐다보더니 우렁차게도 대답한다.


순심이 집은 넉넉하다. 우리 집이랑 다르다.

갈 수 있는데도 안 간단다. 재미도 없고, 시간도 아깝고.

거기 갈 바엔 그냥 동생들을 돌보겠단다.


나는 정말 가고 싶은데… 가고 싶어도 갈 돈이 없어서. 돈이 없어서 못 가는 건데..



집에 돈이 없어서 수학여행 따위는 꿈도 못 꾼다는 걸 알고 있다.

수금한 돈 몽땅 들고 튄 송씨 아저씨 때문에 우리 집은 더 힘들어졌거든.

그래도 이번만큼은 꼭 가보고 싶었다. 처음이자 마지막이라 한다캐도 꼭 가보고 싶었다.


고모부를 찾아가 봐야겠다. 고모부.

저기 저 산골 마을 끝에 사는 경찰 고모부.

벌써 몇 번이나 내 월사금을 대신 내 준....... 고마운 고모부.


염치도 없다 싶다.,

그런데 지금 염치가 문젠가.

너무 가고 싶은데.. 방법이 없잖아.

손 벌릴 수 있는 사람은 고모부밖에 없다.


2시간은 족히 지난 것 같은데..

얼마나 걸었는지 모르겠다.

엄지발가락이. 걸을 때마다 신발 앞부분에 자꾸 시친다. 발가락이 따갑다.

신발도 발가락도 다 닳고 있다.


발이 퉁퉁 부어서 뒤꿈치도 점점 아리기 시작한다. 살이 다 까진 것만 같다.


걷고 걷고 또 걷다가

땅거미가 어둑어둑 내려앉을 무렵이 되어서야 겨우 고모부 댁에 도착했다.



“숙이 왔나? 무슨 일이고?”

“고모부. 저 수학여행을 가고 싶은데 돈이 없어예. 좀 도와주이소. 꼭 가고 싶어예’


고모부가 한숨을 푹 내쉬신다.

저쪽 부엌 구석에서 아궁이에 불 지피던 고모도 덩달아 한숨을 푹 내쉰다.


저 한숨의 의미를 알지만 모른 척할 수밖에 없다

얼굴이 울그락불그락거렸지만 아궁이에서 뿜어 나오던 불 때문일 거라며..

아무렇지 않은 척할 수밖에 없다.

다 닳아 헤진 신발 앞 코만 멀뚱멀뚱 쳐다보며 서 있을 뿐..


어쩔 수 없다.

고모부 제발 이번 한 번만. 딱 한 번만……


아이고...... 우짜겠노..알았다.

딱 이번까지데이. 더는 우리도 힘들다..

여까지 우예왔노…이래 깜깜한데 우예갈래..


고모부 덕분에 가까스로 수학 여행비를 냈다.


엄마는 미안해서 어쩔 줄을 몰라했다.

"니 월사비도 계속 고모부가 내줬는데... 고모부도 힘들낀데...염치도 없다. 이를 우짜노.. 미안해가 이를 우짜노."


월사료를 제때 내지 않아서, 달마다 이름 불리던 아이는 우리 반에 나 하나였거든.

그런 나를 친구들이 슬금슬금 피해 다녔으면 피해 다녔을까, 친하게 지내고 싶어 할 리 없었다.

친구가 없으면 뭐 어때 싶다가도, 막상 혼자가 되면 마음 한 켠이 쓸쓸했다.


수학여행까지 와서 혼자 다녀야 되면 어쩌나 싶었는데..

순심이도 와서 정말 다행이다.

순심이가 없었으면, 나는 여기까지 와서도 놀 친구가 없었다.


단 한 번뿐인 수학여행에 내가 올 수 있었다는 것이 꿈만 같다.

앞으로 학교를 더 다닐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데.

어쩌면 마지막 수학여행 일지도 모르는데..

포기 안 하길 잘했다.

민망해도 말 꺼내 보길 잘했다.


추억 하나 없이 지나가 버릴 뻔한 내 학창 시절.

반짝거릴 추억하나 생겨서 다행이다.

기억할 거리가 생겨 정말 다행이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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