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아빠와 딸의 데이트
이촌동은 참 묘한 동네이다.
밤 9시쯤 이촌동 거리를 걸으면
유독 아빠들이 눈에 띈다.
초등학생 아들의 손을 꼭 잡고 걸어가는 아빠,
딸과 함께 간식거리를 사러 나온 아빠,
아빠들끼리 유모차를 끌며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는 풍경들이
여긴 아빠들만 모여 사는 동네인가 혹은
'대디 벨트'(그린 벨트처럼)라 이름 붙일만한
특별 통제 구역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그런 낯선 풍경들을 보며 무슨 아빠들만 나오는 꿈같아..라고
갸우뚱하면서 아이스크림 가게를 들어갔을 때
그 곳에도 딸의 어린냥을 다 받아주며
딸과 마주 앉아 있는 아빠가 있었다.
빨간색 원피스를 입은 딸은 쌩생이를 테이블 옆에 주차하고
분홍색 아이스크림을 할짝거리며
맨발의 다리를 흔들거리면서
다음에는 저거 사달라, 저거 먹고 싶다라고
아빠한테 조르는 중이었다.
아빠는 그런 딸의 어리광에도 다 대답해 주면서
흐르는 아이스크림을 간간이 닦아 주었다.
아빠와 딸의 데이트는
젊은 연인들의 데이트와는 뭔가 다른,
그 주변으로 항상 넉넉하고 푸근한 아지랑이를 뿜어낸다.
'아빠'가 되면 그런 아지랑이가 생기나 봐.
-070530 Wed
이상한 나라의 아빠들이 사는
이촌동
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