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겨울 밤의 구운 가래떡
우리나라 땅끝, 해남에서도 배를 타고 들어가는 섬, 마삭도. '삼시 세 끼 어촌 편'을 방불케 했던 우리들의 시간.
겨울 방학, 팀을 짜서 미리 연락을 드리고 필요한 물품들을 챙겨, 너무 작아 지도에도 안 나오는 외딴 곳을 찾아갔다. 우리나라 남쪽인데도 바다라 서울보다 더 추웠다. 섬의 젊은이는 환갑이었다. 우리들은 섬의 핏덩이들. 새벽부터 밤까지 밥 먹는 시간 빼고는 일을 도왔다.
뜨끈한 온돌방 이불 속에 낮동안 얼어 있던 손과 발 녹이며 모두들 작은 방에 다리를 엇갈리고 앉아 있으니 졸음이 몰려온다. 그런 우리에게 어르신이 가래떡을 노릇하게 구워 꿀이랑 갖다 주셨다.
귀와 등으로는 쌩쌩 부는 바람이 느껴지는 겨울 밤, 뜨근하고 작은 온돌방, 이불 한 조각, 틈도 없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거리감 없어진 사람들.
고된 하루 끝에 같이 먹는 구운 가래떡의 맛이다.
이 특별한 맛은 그 때만의 맛이었다.
-2007년 1월
마삭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