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Active)

92세 현역 엄마

by Esther Active 현역

"우리 엄마 현역이야 현역! 나이가 들어 다리도 굽고 아파 잘 걷지도 못하고 허리도 꼬부라져 잘 움직이지도 못하면서 맨날 꾸부리고 앉아 밭일해" 처음엔 그분의 말을 이해 못 했다. 결국 한 사람의 언어 이해도는 사전적 의미의 인지 유무라기보다는 경험치이기 때문에 시골에서의 삶도 군대에서의 삶도 잘 모른 나는 그저 내 엄마보다는 상태가 좀 좋으신 정도라고만 생각했다. 내일이 92세 생일이라는 현역 엄마는 감사하게도 밤 10시가 넘어 도착한 우리를 위해 피곤하니 얼른 자라고 솜이불 이부자리를 미리 다 깔아 놓으셨다. 2주간의 고국방문 자동차 여행 중 우리의 동선상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그분의 고향집( 그분은 자신의 고향집을 "별 없는 Five Star Hotel"이라 불렀다)은 딱 하루 잠만 자고 아침 일찍 나가기로 한 조건이었다.


하지만 92세 현역 엄마는 이른 아침 7첩 반상의 본인 생일상을 직접 차려 우리들에게 내어 주셨다. 신선한 굴이 들어간 굴 미역국에 직접 방에서 기른 콩나물 무침, 파김치, 갓김치, 동치미, 돌나물 무침, 작은 조기구이, 직접 기름 발라 구운 김까지.... 나의 친정 엄마는 86세인데 일어나 혼자 식탁까지 걸어가지도 못하시고 혼자 화장실에 가지도 못해 화장실이 방안에 들어온 지 2년이 넘었다. 특별히 어디가 아픈 게 아니라 오랜 우울증과 노화의 결과물이다. 그런데 이분은 심지어 미국 사는 손자들이 뻥튀기를 좋아한다고 노약자를 위한 전동차를 타고 뻥튀기 공장까지 휑하니 다녀오시는 것이 아닌가? "아! 이분 현역이다!"


보통은 나이가 들면 세 가지 경우중 하나로 다른 이들의 도움을 받아 집에 머물며 산다. 육체는 건강한 듯 보이나 정신이 온전치 못하고 정신은 건강한 듯 보이나 육체가 건강치 못해서 마지막은 둘 다 온전치 못해서 그렇다. 그러나 현역의 삶은 달랐다. 이른 아침 홀로 일어나 아침상을 차리고 감사와 함께 축복 기도를 올린 후 식사를 하셨다. 기도는 신의 은혜로 자신의 생일날 선물처럼 찾아온 딸과 3명의 친구들에 대한 감사함과 여행의 안전, 행복한 시간들을 허락해 주실 것과 건강함 등 평범한 어머니의 바람 그 자체였다. "아! 나도 죽는 날까지 현역이고 싶다!"


모두가 빠른 은퇴를 바라는 요즈음 왜 나는 현역을 꿈꾸는가? 나의 어머니는 오랜 우울증으로 집 밖 나오는 걸 꺼렸던 분이셨다. 그 후론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이석증이 엄마를 괴롭혔다. 이석증이 좀 나라질 기미를 보이자 고관절과 무릎이 엄마를 주져 앉혔다. 숨은 쉬고 사시되 살고 있다 말할 수 없고 본인조차 죽어가고 있음을 알고 있는 비현역 Inactive! 나는 그 뜻을 경험적으로 안다. 그래서 더 치열하게 현역이고 싶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