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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 독자 Jun 25. 2024

미 까사, 수 까사

2월 17일 -24일, 나의 첫 카우치서핑 게스트 경험, 산티아고 판초네

  <미 까사, 수 까사>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완벽한 문장으로는 <mi casa es su casa.> 미 까사 에스 수 까사는 스페인어로 <나의 집이 곧 당신이 집입니다>라는 뜻이다. 즉, 내 집을 당신의 집처럼 편하게 생각하고 지내라는 은유다. 이는 손님을 향한 라틴 아메리카 특유의 환대를 한마디로 잘 표현한 문장이다.


  운 좋게 나는 이번 중남미 여행의 첫 시작부터 <미 까사, 수 까사>의 진가를 느꼈다.


  이번 여행은 나의 첫 장기여행이다. 과거 혼자 유럽 배낭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으나 두 달이 채 안 되는 기간이었고, 굵직한 일정과 그에 따른 숙소를 한국에서 미리 계획하여 예약해 갔었기에 이름은 배낭여행이었으나 현지에서 부딪히는 경험들은 덜했다. 그에 비해 이번 중남미 여행은 그때의 여행과는 본질이 좀 달랐다. 상대적으로 긴 기간을 계획했기에 머물고 싶은 곳에서는 조금 더 시간을 보낼 여유가 있었고, 빨리 떠나고 싶은 곳에서는 빠르게 떠남을 택할 수 있었다. 이토록 일정과 관계없이 일단 부딪혀보고 머무는 것을 결정할 수 있는 여유. 그렇게 여유 있게 잡은 여행의 기간 덕분에 스스로 여행의 템포를 조절할 수 있었다.


  이런 여행에서 내 로망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각 나라에서 한 번쯤은 현지인의 집에 머물러보기였다. 남미라는 곳을 향한 알 수 없는 그리움으로 시작된 여행. 그 그리움의 근원을 좇기 위한 여행이었다. 나조차도 실체를 모르는 어떤 갈망. 그러나 분명한 이 알 수 없는 그리움의 이유를 현지인의 삶을 간접 체험하는 것을 통해서나마 찾아보고 싶었다.


  그럼 남미 여행에서 현지인의 집에 머물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며칠이나마 비용을 지불하고 현지인의 집에 머무는 홈스테이가 있다면 좋으련만. 교환학생이나 어학연수를 가는 것이 아닌 순수 여행자로서는 찾을 방도가 여의치 않았다. 차선으로 에어비앤비 같은 숙박 공유 플랫폼으로 현지인의 집에 머물러보기로 했다. 그리고 가장 큰 도전으로 나라별로 한 번씩 <카우치서핑> 이용하기를 포함시켰다.


  나에게 <카우치 서핑>은 기존 여행에서는 차마 시도하기 어려웠던 획기적인 여행법이었다. '소파'를 뜻하는 '카우치'라는 단어와 '파도를 탄다'는 뜻의 '서핑'이 합쳐진 '카우치서핑'이라는 말. 카우치서핑은 여행자를 위해 내 집의 소파를 내어준다는 의미의 일명 손님맞이 숙박 플랫폼이었다. 그것도 무료로! 현지인의 집에 머물러보는 수단 중 이만큼 나이브한 플랫폼이 또 있을까? 현지인의 집에 머물고자 하는 여행자와 여행객을 맞이하고자 하는 이를 서로 연결해 주는 일이라니. 획기적이면서도 상상 이상 인 현지인의 집에 머무는 경험을 카우치서핑으로 시도해 보리라.


    카우치서핑에서는 집을 내어주는 이를 '호스트'라고 하고 현지인의 집에 머물고자 하는 이를 '게스트'라 칭한다. 여행객에게 내 집 한편을 내어줄 수 있는 호스트가 그곳을 여행하고자 하는 게스트를 만나면 카우치서핑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럼 이 둘은 어떻게 연결이 되느냐? 카우치서핑을 이용하려면 일단 프로필 페이지를 채우는 것이 먼저다. 프로필은 이름 그대로 자기소개 및 여행에 대한 경험 등을 담을 수 있다. 프로필을 채우다 보면 자연스럽게 삶에 대한 태도나 인생철학 같은 것이 묻어난다. 거기에 자신의 상태를 표시할 수 있는데 이게 중요하다. 현재 여행을 하는 이는 여행 중의 표시를 해두고, 여행을 하지 않는 이들은 자신의 상황에 따라 호스트 가능 / 불가능 / 만나서 놀기 가능이라는 세 가지의 상태 표시를 할 수 있다. 그렇다. 만나서 놀기 부분은 현재 집을 내어줄 수는 없지만 스케줄에 따라서 여행자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건 현지에서 그곳을 소개해줄 만한 현지인 친구와 어울릴 수 있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여행객에게 자신 집 한편을 내어줄 수 있는 호스트는 현재 상태에 숙박 가능의 표시를 해둔다. 그리고 그 지역을 여행하고자 하는 게스트는 이러한 호스트의 상황을 보고 몇 날 며칠 자신이 그곳에 머물 수 있을지에 대한 리퀘스트를 남긴다. 숙박을 원한다면 진실되고 성실하게 쓰는 것이 관건! 자기소개 및 그곳을 여행을 하는 목적, 여행지에서 원하는 경험 등 호스트가 될 사람에게 매력적인 메시지를 남기는 것이 관건이다. 그걸 본 호스트가 이 사람을 내 집에 손님으로 맞이하고 싶다면 매칭 성공! 이렇게 현지인의 집에 머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만약 프로필이 가짜라면?', '사이버상에서 한 번도 보지 못한 이를 어떻게 믿고 믿고 대뜸 숙박을 하겠다는 리퀘스트를 보낸단 말이야?'라고 생각할 분들도 있겠다. 세상은 넓고 위험도 많다. 그래서 카우치서핑에서는 가장 중요한 것이 레퍼런스다. 이건 일명 후기인데 이 후기는 철저하게 내가 만난 이들이 남겨주는 부분이다. 레퍼런스는 이 사람의 평판을 그대로 보여준다. 내가 만나본 사람에 대해 리뷰를 쓰듯 만남의 후기를 남기는 것이다. 이건 개인이 적어내는 프로필의 본인인증과는 다르게 타인이 해주는 인증의 의미로 레퍼런스가 좋고 많은 이들이라면 이 플랫폼에서 인정하는 믿을 수 있는 여행자, 믿을 수 있는 호스트 혹은 게스트라는 증거가 된다.


  Q. 레퍼런스가 없는 이의 집에 잘 용기가 있는가? A. 전혀요!
  Q. 그럼 레퍼런스가 없는 이를 게스트로 맞이할 수 있을까? A. 글쎄요.


  레퍼런스가 없다면 이 사람이 괜찮은 사람이라는 증거가 없는 셈이다. 나 또한 레퍼런스가 없다면 나를 믿고 재워줄 이는 없을 거다. 들어본 적은 많았으나 용기를 내기 어려워 쉽사리 시도해 보지는 못했던 카우치 서핑. 그러나 시도를 못해서 여행자를 만나지 못한다면 레퍼런스가 쌓일 리 없다. 이토록 중요한 레퍼런스. 나는 여행 전 레퍼런스를 카우치서핑의 '호스트'의 역할을 하며 쌓을 수 있었다. 차마 도전하기 어려웠던 카우치서핑 플랫폼을 남미 여행에서 이용해 볼 수 있는 용기는 여행 전 '손님맞이 예행연습'을 통해 얻은 결과였다.


  카우치서핑 플랫폼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은 뒤, 호스트의 역할로 내 도시에 놀러 온 타국의 친구들을 손님으로 맞이한 경험이 있다. 그것도 세 번이나. 그때 나는 지방의 작은 소도시에 살고 있었는데 외국인의 방문이 쉽지 않은 곳이었다. 그런데 친히 이 도시를 궁금해서 놀러 온 프랑스, 미국, 중국 세 나라의 친구들이 내게 카우치서핑의 리퀘스트를 보냈고, 그들은 나의 게스트가 되었다. 그들은 각각 다른 여행의 이유로 나의 도시에 놀러 왔었는데 나는 그 경험을 통해 내 삶을 처음 만난 여행자들과 나눌 수 있는 경험을 했다. 그렇게 카우치서핑의 묘미를 제대로 느꼈다.


  덕분에 이번 남미 여행에서도 용기를 내어 카우치서핑에 도전할 수 있었다. 이번엔 호스트가 아닌 게스트로! 첫 도시 칠레, 산티아고가 시작이었다. 레퍼런스의 평이 제일 많고 좋은 이들을 물색했다. 한 번에 성공하기란 어려울 것이기에 평이 좋은 탑 3의 호스트들에게 각각 리퀘스트를 보냈다. 산티아고에서는 일단 이틀 정도 카우치서핑을 해 볼 요량이었다. 그중 한 명의 호스트에게서 답변이 왔다. 그는 한 번에 한 명이 아닌 여러 명의 게스트를 맞이하고 있었고, 내가 여행하는 날짜에 독일에서도 여자 여행객 한 명이 올 것이라며 나와 그가 같은 방을 쓰도록 내어준다 하였다. 혼자라면 더 부담스러웠을 텐데 다른 여행객과 함께라니! 더 좋았다. 그렇게 나를 게스트로 맞이해 준 곳이 바로 판초네였다.


  판초네 집은 보편적인 여행자들이 묵는 곳들과는 다른 지역에 있었다. (혹, 카우치서핑을 이용할 분이라면 이 부분 또한 잘 생각해보아야 한다. 카우치 서핑으로 만나게 되는 호스트의 집은 여행자들을 위한 곳이 아닌 진짜 현지인의 집이다. 고로 위치는 랜덤!) 공항버스에서 내려 판초네 집으로 가던 그 순간이 내가 처음 만난 남미, 칠레 산티아고의 첫인상이 되었다. 겨울인 우리나라에서 눈이 펑펑 내리는 광경을 보다가 산티아고에 도착하니 쨍하게 못해 눈이 부신 여름의 더위가 나를 반겨주었다. 판초네 동네는 비슷비슷한 빌라들이 즐비한 곳이었는데 빌라들은 하나같이 관리가 잘 되어있어 보였다. 특히 건물마다에 늘어진 형형 색색의 꽃들이 피어있는 모습은 무척 예뻤는데 덕분에 처음부터 이 동네가 마음에 들었다. 판초네 집은 경비원이 상주해 있는 건물의 4층이었는데 대문이 굳게 걸어 잠겨져 있어 아무나 들어올 수 없었다. 굳건한 대문에서 안심을 하며 경비원을 통과해 판초가 알려준 비밀번호를 눌러 집으로 들어갔다. 판초는 일터에서 돌아오기 전이었는데, 문을 들어서자 눈에 보이는 식탁 위에 메모를 해두고 나갔었다. 그 메모는 오늘 이 집에 처음 오게 된 나와, 함께 머물게 되었다는 독일인 여행자를 위한 것이었다.


  환영해! 두 개의 침대가 있는 방이 너희의 방이야. 너는 지금 너의 집에 와있어!

  와이파이 비밀번호는 oooo이란다.



  호평 일색인 판초의 레퍼런스가 대번에 이해되는 간단하고도 반가운 메모였다. 판초가 말하는 방은 커다란 창문이 있는 방이었는데, 양쪽으로 두 개의 싱글 침대가 각각 놓여있었다. 크고 넓은 창 덕분에 채광이 좋아 온종일 밝고 기분 좋은 곳이었다. 판초네 집은 방이 3개였는데, 하나는 판초가 쓰는 방이었고 나머지 두 개가 게스트룸으로 쓰이고 있었다. 게스트룸 1에는 먼저 온 또 다른 카우치서핑 게스트인 호주인 커플, 루시와 제이크가 묵고 있었다. 그리고 새로 온 나와 독일인 여행자 알렉사가 작은 방에 묵었다. 알렉사는 이번이 첫 산티아고 여행이었는데, 자신의 친구가 먼저 판초의 집에 머물렀던 멋진 경험으로 산티아고 판초네를 소개해주어 오게 된 것이었다. 이렇게 총 5명이 판초네 집에 함께 지내게 되었다.


  이렇게 남미여행의 첫 시작을 카우치서핑으로 시작했다. 낯선 곳에서, 낯선 이들과 함께. 그 경험이 어땠냐고? 바로 <미 까사, 수 까사>였다. 나는 판초네 집에서 애초 계획한 이틀이 아닌 일주일을 내리 묵었다. "집 놔두고 어딜가냐?"는 그의 말 덕분에!


  처음엔 이틀 정도 경험 삼아 판초네에서 카우치서핑을 이용한 다음 흔히 여행자들이 이용하는 호스텔에 묵으며 산티아고를 여행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판초는 카우치서핑에서 호평 일색이던 레퍼런스가 이해되는 너무나도 멋진 호스트였다. 그는 젠틀하고 사려 깊었으며 게스트들에게 아낌이 없었다. 덕분에 우리는 그의 집에서 아주 편안하게 머물렀다. 덕분에 이틀만 묵으려고 했던걸 일주일이나 묵게 된 것이다. 정말로 내 집처럼 편하게.


  판초의 배려 덕분에 처음 만난 우리는 자연스럽게 식구가 되었다. 밥을 함께 먹는 진짜 식구. 그렇게 우리는 아침이면 매번 아침식사를 함께 했다. 주로 빵을 구워 먹었는데, 빵을 굽는 기계도 참으로 신기하다. 빵 굽는 기계는 일반 프라이팬이 아닌 네모난 철판이었는데 이 철판에는 구멍이 뽕뽕 뚫려있다. 이걸 가스레인지에 올려서 빵을 직화로 굽는 거다. 참, 가스레인지도 설명이 필요하다. 판초네 가스레인지는 키는 법이 남다른데, 무려 성냥으로 킨다. 21세기에 성냥을 쓰는 곳이 바로 여기에 있었다. 언제 마지막으로 보았는지 기억도 안나는 성냥갑을 판초네 부엌에서 만났을 때에 어찌나 반갑던지. 그렇게 구운 빵은 잼을 발라먹기도 하고 치즈와 햄을 넣어서 샌드위치를 해 먹기도 했다. 어떤 날은 호주에서 온 루시와 제이크가 베지마이트를 빵에 발라 맛보게 해 주었는데 그게 내게는 인생 첫 베지마이트를 먹은 경험으로 남았다. 베지마이트는 호주 사람들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소울과도 같은 소스다. 신기하게 나는 베지마이트에서 홍삼 맛이 났다.


  그렇게 함께 아침을 먹고 난 뒤엔 각자의 일과를 보냈다. 그리고 또 밤이면 거실 소파에 둘러앉아 함께 하루를 마무리하는 거다. 어떤 날은 와인을 마시고, 어떤 날은 피스코사워를 맛보기도 하면서. 두 종류의 와인을 먹는 날에는 각자 와인잔 두 개씩을 꺼냈다. 세 종류의 와인일 때에는 각 와인잔이 세 개씩 필요하다. 이게 판초네에서 와인을 마시는 공식이다. 한 종류의 와인은 하나의 잔에, 다른 와인은 다른 잔에. 안주로는 다양한 치즈와 살라미들을 곁들이기도 하고, 크래커와 빵에 오일을 곁들이기도 했다. 빵을 찍어먹는 이 오일은 매번 두세 종류를 내었는데 올리브오일 외에 세서미 오일을 꼭 함께했다. 우리식으로 하면 참기름에 빵을 찍어먹는 격이라 나로서는 참 색달랐다. 달콤한 케이크 같은 파이를 곁들인 날도 있었는데 이름이 또르따 꿀리까나였다. torta curicanas. 이건 판초네 부모님이 사시는 동네의 전통 파이의 이름이다. 파이라는 torta라는 말 뒤에 지명의 이름이 붙는 방식이다. 우리 집에서 이런 걸 만들었다면 또르따 반성이 되는 셈이다.


  밤마다 우리는 참 많은 것들에 축배를 들었다. 첫날에는 나의 첫 카우치서핑 게스트로서의 경험을 축하했다. 이렇게 만나게 된 우리들의 인연에 대한 건배도 함께했다. 이튿날 저녁은 판초의 배려 덕분에 내가 처음 계획했던 이틀이 아닌 일주일을 내리 묵기로 결정했는데, 그에 따른 축배도 잊지 않았다. 각자 여행 전 지내온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때에는 그들의 살아온 인생에 대해서도 건배했다. 이렇게 함께 건배를 하고 있는 기쁜 순간에도 또 건배했다. 그렇게 매일 밤 서로를 위해 건배해 주던 우리 식구들.


  계획이 없는 어떤 날은 다 함께 시장 구경을 가기도 했고, 어떤 날은 함께 와이너리 구경도 했다. 주말의 이벤트로 발파라이소 당일치기 여행을 가던 날에는 판초의 차 타이어가 펑크 나는 바람에 발파라이소로 못 가고 길에서 차를 고치는 동안 각자가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날은 차를 고치고 예정에 없던 새로운 곳으로의 짧은 근교 여행을 다녀왔다. 이렇게 나의 산티아고 식구들과 함께한 일주일은 여행자로서의 여행, 그 이상이었다. 마치 애초부터 산티아고에 살아본 사람처럼, 그러다 산티아고에 있는 가족의 곁으로 다시 돌아온 사람처럼, 일반 여행자로서는 느끼기 힘든 식구들의 애정과 더불어 내 집 같은 편안한 곳에서의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카우치서핑 게스트로서의 시작을 이토록 멋진 호스트를 만난 것은 감히 말해 축복이다. 나의 축복을 나눠보자면, 게스트로서 카우치서핑 호스트에게 리퀘스트를 하는 팁은 내가 가진 문화를 소개하는 것이다. 나는 주로 음식으로 소개했다. 이는 내가 게스트로 맞이했던 친구들이 내게 전했던 그들의 리퀘스트 방식과도 같았다. 내가 프랑스 친구를 게스트로 맞이했던 때에, 그는 내게 라따뚜이를 만들어 주었다. 이는 내가 난생처음 먹어본 진짜 프랑스인의 라따뚜이였다. 그때의 즐거운 경험이 나를 요리하게 만들었고, 게스트가 된 나는 약속대로 한국의 요리를 만들었다. 한국에서부터 챙겨간 귀한 김치 통조림의 김치로 김치찌개를 끓였고, 챙겨간 카레가루로 한국식 카레를 한솥 끓였다. 칠레에서 파는 슈퍼돼지로 만든 것들이었다. 식구들은 김치찌개를 유난히 맛있게 먹었는데 판초보다 제이크가 더 맛있게 먹었다.  


  <미 까사, 수 까사.> 판초네 집에서 함께한 카우치서핑 첫 게스트로서의 경험. 이 멋진 경험 덕분에 칠레 산티아고는 단연 손에 꼽히는 나의 베스트 도시가 되었다. 많고 많은 이유들 중 팔 할은 단연 자신의 집을 내 집처럼 편히 내어준 멋진 호스트 판초 덕분이다. 알 수 없는 그리움으로 시작하게 된 이번 여행. 첫 도시부터 이곳에서 함께한 식구들이 나의 이 알 수 없는 그리움의 첫 번째 이유가 되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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