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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성희 Aug 23. 2024

아버지가 제일 좋아하는 온천

내가 좋아하는 곳이다

[포천 제일 온천]은 아버지가 제일 좋아하는 온천이다. 오랜 세월만큼 건물은 낡고, 관리도 잘 안되는 곳이지만, 유독 좋아하신다. 철 냄새인가 싶은 유황 냄새 물이 시원해서 좋다고 하셔서 덩달아 우리 가족도 자주 가게 된다. 해가 갈수록 쇠락해진 건물의 안과 밖이 영 마땅치 않지만, 부모님이 만족하시니 그러면 됐다 싶다. 온천 선호도가 높았던 시절에는 이곳 명성이 자자해서 전국 곳곳에서 몰려오는 사람들로 붐볐다고 한다. 지금은 넓은 주차장에 보이는 자동차가 서너 대에 불과하다. 세월 따라 온천 유행이 시들해졌고, 그나마 관리가 잘 되는 몇몇 곳만 사람들이 찾는다. 아무튼 이곳은 우리 가족 같은 단골손님들이나 인근 주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모양새다. 


출발하는 날, 오전 일찍부터 서둘러서 지하철을 탔다. 지하철 타고 가는 시간이 인천에서 의정부까지 2시간 정도 걸리고, 역에서 버스를 타고 이동해서 온천까지 가는 시간이 총 4시간 정도 걸린다. 자동차로 2시간 남짓 걸리는 시간이 대중교통으로는 두 배 정도 더 걸리는 셈이다. 지하철에서는 매번 앉아서 갈 수 있다. 오랜 시간을 한 자세로 앉아 가다 보면, 허리, 다리 근육이 경직되거나 결리기 일쑤다. 중간중간 다리를 한 번씩 살짝 들었다 놨다 하거나, 허리를 요리조리 비틀어 보며 자세를 바꾸어 본다. 

설핏 경로석 쪽에 앉은 부모님을 보니 용케도 잘 견디신다. 모바일 인터넷 검색도 하다가, 음악도 듣다가, 창문 밖 빠르게 흩어지는 풍경을 보다가, 사람들 모습도 곁눈질해서 보다 보면 하품이 나올 때쯤이고, 그럼 거의 다 왔다는 신호다. 


의정부 지하철역에서 내려서 십여 분 걷고 버스를 타면 화대2리 제일 온천 정류장에 도착한다. 보통은 점심을 지하철역 근처 맛집을 찾아서 먹거나, 아예 온천까지 와서 근처 우렁쌈밥집에서 밥을 먹곤 한다. 맛집인 듯, 매번 손님이 많은 식당이다. 밥 한 끼 맛있는 식사는 여행의 큰 즐거움 중의 하나이다.

드디어 온천에 도착, 한 건물에 숙소가 같이 있다. 여러 번 봐서 친숙해진 고령의 사장님 내외분의 투박한 말투에도 익숙하다. 숙소는 4인실 큰 방을 얻을 때도 있고, 2인실 2개를 얻을 때도 있다. 언젠가 같이 와 봤던 남편 말이 “참, 시골스럽네, 요즘에도 이런 데가 다 있어”.


장거리 여정의 짐을 풀고 한숨 돌린 후, 여기 온 목적을 바로 실천, 아래층 온천탕으로 간다. 

유황온천의 향이 물씬 느껴지는 탕이다. 쇳내 냄새 맡아지는 탕은 수증기나 열기가 거의 없어 쾌적하다. 이곳의 특색이 또 하나 있다면 유리지붕이 쓰인 노천탕이다. 뜨거운 목욕탕이 있는 주된 곳과 별도로 있는 노천탕은 밝고 환하다. 눈앞에 펼쳐진 폭포수 소리에 귀청이 떨어질 듯하고, 칠, 팔 미터 높이에서 떨어지는 거대한 물줄기에 잠시 압도된다. 세차게 떨어지는 물벼락을 맞고 서 있는 사람들의 비슷한 자세의 모습. 고개를 살짝 숙이고 합장하거나, 팔을 뻗기도 하고, 등을 숙인 모습이 자못 진지하다. 부끄럽지 않고 편안하게, 참선하는 느낌이다.

나도 어느새 장엄한 대열에 참여한다. 순간, 차가운 물 온도에 온몸의 세포가 놀라서 일제히 비명을 지르면, 수직 강하한 물의 압력을 온몸으로 느낀다. 하나의 세계가 이 안에 있다. 각성하고 고양된다. 물의 중압감으로 짓눌린 신체는 아래로 가라앉는 데 가벼워진 마음은 홀연하다. 물, 소리, 무게, 그리고 고요함. 매혹적인 체험이다.


폭포수 아래에서 몸과 마음을 단련했다고 전해지는 수도자가 된 듯, 자연의 원초적인 생명력을 맛본다. 

심신의 치유가 확실히 있다. 한동안 심한 어깨 통증으로 괴로웠는데 상태가 좋아졌다. 강한 수압의 마사지 작용으로 돌처럼 딱딱한 양 어깨가 이완되고 부드러워졌다. 그 맛에 반해서 1박2일 동안 세 번이나 노천탕을 들락거리며 폭포 마사지를 받았다. 부모님뿐 아니라 내게도 제일 아하는 온천이 된 곳. 이름값을 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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