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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해 밥상

제2부 시베리아에 빠지다 18

by 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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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 둘을 한꺼번에 들이고 첫 설을 맞았으니 시부모님 묘소와 대소가 어르신께 세배드리러 온 가족이 천리의 귀향길전쟁에 끼어들었다. 어스름 강줄기 줄 배로 건너던 형산강, 만감이 교차하는 차창 밖, 개선문 들어서듯 밥상머리 둘러앉은 면면이 참 낯설고 대견하다. 한여름 밤 꿈의 세월이 그렇고 외국며느리 교포조카사위 늠름한 손자들이 그렇다. 딱, 하나 변하지 않은 형님의 손맛 홀띠기* 식해밥상이다.


북방에서 한민족이 동해안을 따라 내려오던 영일만, 가자미와 홀띠기가 멥쌀을 만나 유민들이 빚어낸 곰삭은 인생의 맛 식해밥상 길, 굴욕의 통치자에겐 망명의 길이요. 일제 강점기 유배와 징병으로 끌려가던, 말갈기 휘날리며 고삐 조였을 정복자의 길이기도 했던.


아득한 선조의 선조들이 더듬어온 이 길을 언제 다시, 꽁꽁 철길을 이어 장벽의 역사를 걷어내고, 그리운 사람과 꿈을 실어 나를 대륙의 새로운 패러다임에 팡파르를 울릴 수 있을지. 부산에서 동해선 타고 울산 간절 곶 해맞이 감상하며 포항 강릉 삼팔선을 지나 두만강 건너서


시베리아횡단열차에 몸을 싣고 우랄산맥 넘어서 유럽을 에돌아 아프리카 호모사피엔스와 미토콘드리아의** 고향으로 떠나는 나의 마지막 버킷리스트종착지에 닿을 수 있다면, 돌아와 콤콤한 맛의 내력 홀띠기 식해밥상을 차려볼 작정이다.


*횟때기 포항 사투리. **십오만 년 전 최초 인류의 조상 아담과 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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