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LL WE DANCE?

워ㅓㅓㅓㅓ킹 홀!데이 에세이

by 김본이

워ㅓㅓㅓㅓ킹 홀!데이 에세이 8화 <SHALL WE DANCE?>


2025년 3월 24일 월요일


온전히 오클랜드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퀸즈타운에서 사부작사부작 여기 크라이스트처치까지 왔다.

이제는 친구가 되었지만, 어제까지 친구도 아닌 일면식도 없는 친구 집 소파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하루에 3만 원이 훌쩍 넘는 백팩커스 도미토리가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아서 얼굴에 철판 깔고 사람 좋은 웃음을 장착하고 친구 집 소파를 침범했다.


소파를 좋아하는 나에게 너무 예쁘고 편안한 소파를 내어주어 기분이 좋았다.

처음 친구를 집에 초대해서 같이 저녁을 먹는 거라고 자신들도 호스팅을 해보고 싶었다며 정성스럽게 저녁을 차리는 뒷모습을 보고 있으니 오클랜드에서 렌트하고 집에 친구들을 초대했을 때가 생각난다.

처음 내 집이 생겨봤으니 누구의 허락을 구하지 않고 손님을 초대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신나서 한창 집들이를 한 적이 있었다.

집에서 밥도 안 해먹으면서 친구들 온다고 장 봐와서 요리를 하며 친구들을 기다리는 그 설렘은 퍽 낯설지만 기분 좋은 경험이었다.

나를 위해 음식을 준비해주는 친구의 뒷모습을 보며 예전에 내가 보여 선뜻 집에 초대해준 친구에게 더 고마웠다.


근데 진짜는 여기있었다.

친구가 차려준 타코랑 홍합탕이 울랄라 너무 맛있어서 대화도 안 나누고 입안에 계속 욱여넣고 싶을 정도로 대단했다.

그럼에도 우리는 오늘 처음 만났으니, 체통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천천히 대화를 나누며 저녁을 먹었다.

사실 문 열어줄 때 마주친 안광에서부터 느꼈지만, 대화를 나눠보니 확신이 든다. 선한 친구들이다.

이런 가끔 맑은 친구들을 만나면 혹여나 나의 때를 묻히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그럼에도 어쩌겠는가. 나를 초대한 것을,,, 적당한 삶의 때도 필요하다. 맑은 친구들이여 허허

한껏 빵빵해진 배를 통통 거리며 밤 산책을 나왔다.


아침저녁 기온차의 결이 변했다. 뉴질랜드에도 이제 진짜 가을이 찾아왔다.

부지런히 떠올라 나의 아침을 깨워주던 해님은 이제 나보다 늦게 떠오르는 잠꾸러기가 되었고 제법 두꺼운 후드티를 입어야지만 차가워진 공기에 움츠러드는 몸을 필 수 있다.

가을, 겨울, 봄, 여름 그리고 다시 가을을 보내고 뉴질랜드를 떠난다.

모든 계절을 온전히 느껴보고 갈 수 있어서 다행이다.


나는 3월의 뉴질랜드가 제일 좋다.

3월의 뉴질랜드는 나의 처음이었고 마지막이 되어가고 있는데 처음과 끝이 설렘과 행복으로 마무리 되어가고 있어서 좋다.



무사히 마침표를 찍어가는 저의 뉴질랜드 홀!데이를 함께 해주어서 감사합니다.

저와 함께한 라스트 댄스는 어떠셨나요?

저는 정말 행복했습니다.

이 일주일간 입에서 '햅삐 본'이 끊이지 않고 나왔습니다.

매일 아침 피곤한 몸을 일으켜 세우며 '다 망해라'를 뱉던 나날들이 먼 과거로 느껴질 정도로 황홀한 여행을 했습니다.


이번 여행을 통해 만든 추억 별사탕들을 가지고 삶이 너무 써질 때면 하나씩 꺼내먹겠죠.

여러분의 소중한 시간과 에너지를 맞교환한 돈은 얼마가 되었든 너무나 귀하기에 책임감이 막중했습니다.

그래서 첫 연재 글을 보내기 전에는 왜 사서 고생을 하는지 후회를 짧게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여행이 즐거울 수 있었던 이유는 분명 에세이 연재를 했기 때문입니다.

여행할 때면 마음에 드는 장소에 앉아서 몇 시간이고 글을 쓰고는 했는데 대가 없는 글쓰기는 언제나 흐지부지되기 마련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저를 기다리는 여러분 덕분에 정신 빠짝 차리고 매일 마무리를 할 수 있었습니다.

어떤 일을 시작하는 것 또한 용기가 필요하지만 완벽하지 않더라도 적당히 끝을 낼 줄 아는 것도 용기가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더 나은 것을 찾다 결국 끝내지 못했던 저의 지난날의 프로젝트들이 눈앞에 아른거리네요)

그래서 무사히 에세이 연재 완주를 한 오늘 스스로가 너무 뿌듯합니다!


제 글에서 은은히 읽히는 결핍들이 보였을 겁니다.

모든 게 솔직할 필요는 없지만 뭔가 숨기면서 글을 쓰려고 하면 잘 써 내려가다가도 한 번씩 걸릴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저의 정성과 진심을 보내드리기 위해 손이 가는 대로 글을 썼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음(어두움)과 양(밝음)의 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동안 저의 음의 모습이 강하게 드리울 때면 저의 양을 잃어버리는 것 같아 스스로 경계했습니다.

이제는 음과 양의 힘이 서로 엎치락뒤치락하며 조화를 이뤄가는 과정에 있다는 걸 조금은 받아들였습니다.


여전히 어지러운 자아 속에 있는 제가 가장 자연스러운 글을 쓸 수 있게 해준 나의 스윗한 구독자들에게.

에세이 연재를 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마침표를 찍을 수 없었을 거 같습니다.

결국 저는 여러분 덕분에 여행비도 생기고 별사탕도 가득 생긴 성공한 사람이 되어버렸습니다(오예)


여러분의 구독이 한 사람의 삶에 찬란히도 아름다움을 경험하게 해줬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아 나는 한 사람의 찬란한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준 사람이었지."라며 삶이 써질 때 꺼내 먹을 수 있는 별사탕(자랑)이 되기를 바래봅니다다.

감사합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꼭 다시 찾아올 저의 여행기에 다음에도 동참해 주시겠어요?

Shall we da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