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없는 사람의 철없는 생각
그래놀라를 버렸다. 7시간 전, 이성을 놓고 입 안으로 욱여넣고 있었던 그 그래놀라. 오븐 불에 살짝 탔지만 버리기 아까워 지퍼백에 넣어뒀던, 원래는 오트밀 쿠키였던 것.
9월인가 싶게 더웠던 어제 낮, 사람들을 만나 같이 월드컵경기장 공원을 산책하며 만 보를 걷고 돌아온 나는 저녁에 다시 서서울 호수공원으로 향했다. 며칠째 매일 근 2만 보를 걷고 뛰어 힘이 안 들어가는 다리로 20분을 걸어 도착한 공원에서 걷고만 오자던 마음을 바꿔 몇 바퀴를 뛰고 집에 왔다.
그러고는 이미 양치까지 다 한 입안에 아침에 모아뒀던 그래놀라, 실패한 오트밀 쿠키 조각을 집어넣었다. 머리로는 이 시간에 이러면 안 되는데 하고 생각하면서 왼손으로는 쉴 새 없이 딱딱한 것을 입에 넣으며, 오른손으로는 펜을 잡고 글을 썼다. 대만에서 여름 비를 맞으며 배운 몇 가지 인생의 교훈에 대한 내용이었다.
내 모습이 우스웠다. 인생에는 비가 오는 날도, 맑게 갠 날도 있으니 좌절하지 말자며 스스로를 위로하는 말을 쓰면서 야밤의 폭식이라는 몹쓸 짓을 몸에 하고 있는 모순이. 잘못됨을 알면서도 멈추지 못하는 내가 혐오스러웠다.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모를 이 끔찍한 스트레스 행동을 고쳐야 한다고 입으로만 떠드는 내가 한심했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 눈 뜨자마자 버렸다. 그래놀라, 아니 음식물 쓰레기를 쓰레기통에 처박아 넣었다. 먹고 바로 자서 아직 소화되지 않은 오트밀과 견과류가 내 위벽을 아프도록 밀어내듯 자신을 혐오스러워하는 나를 저 먼 곳으로 밀쳐내고 그 자리에 행동하는 나를 데려왔다.
바뀌려면 행동해야 한다. 잘못을 인지하는 것만으로는, 그런 나도 나로 수용하는 것만으로는 달라지지도 나아지지도 않는다. 몇 년째 입 안에 딱딱하고 달달한 것을 넣고 씹어대며 미래에 대한 불안을 씹어대는 내가 백날 유튜브에서 저속노화 영상을 보면서도 가속노화의 길을 걷는 이 모순을 끊으려면 과감히 버려야 한다. 나를 망치는 줄 알면서도 모셔둔 음식 쓰레기를, 아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자기 위안의 마음을.
버리려면 진짜 버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