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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송 May 08. 2024

호주 여행 8일 차 (2024년 4월 26일, 금)

#그레이트오션로드 #포트캠벨국립공원 #12 사도 #로크아드협곡 #레이저백

호주 여행 8일 차다. 


오늘은 멜번에서, 그레이트 오션 로드 (Great Ocean Road) 투어 하는 날이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는, 멜번 서쪽 토르퀘이 (Torquay)에서 시작하여 워남불 (Warrnambool)까지 이어지는 151마일 (약 243Km)의 해안도로다. 

12시간 이상 차량으로 이동하면서 남극을 바라보는 배스 해협 (Bass Strait, 호주 본토와 태즈메이니아 섬 사이의 해협)을 따라 펼쳐진 해안 관광지를 둘러보는 코스인데,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 드라이브 중 하나로 손꼽힌다.


한국 여행사를 통한 1일 버스 관광을 선택했다. 이번 호주 여행 기간 중, 다른 일행들과 여행을 함께 하는 유일한 날이다.

안내하는 가이드 분의 설명에 의하면, 오늘 투어 코스는 멜번 시내를 벗어나 메모리얼 아치 (Memorial Arch), 케넷 리버 (Kennett River), 아폴로 베이 (Apollo Bay), 12 사도 바위 (The Twelve Apostles), 로크 아드 협곡 (Roch Ard Gorge), 레이저백 (The Razorback), 아일랜드 아치 웨이 (Island Archway, 톰 (Tom)과 에바(Eva) 바위), 런던 브리지 (London Bridge), 그로또 (Grotto) 등을 투어하고 멜번 시내로 돌아오는 일정이라고 한다.


러셀 스트리트 (Russell street)와 La Trobe street (라 트로브 스트리트) 코너 옆, RMIT Univ. Building 20 앞에 오전 7시 집합이다.

새벽에는 트램이 없기에 시간을 맞추기 위해, 우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인 도보로 이동했다.

도보 25분 거리를 너무 일찍 도착한 덕분에, 인근 맥도널드의 환상적인 카페 라테를 맛볼 수 있었다. 


시내를 벗어나자 지롱 (Geelong)이란 지역을 통과한다. 예전에 자동차 공장들이 3개 있었으나 모두 문을 닫은 지역인데, 2021년 한화 Defence Australia가 1조 원이 넘는 K-9 자주포 수출계약을 체결한 후, 현재 현지 생산공장 건설이 진행 중이라고 한다. 작년에는 3조 원이 넘는 장갑차 (Redback) 계약까지 추가로 체결했다고 한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 관광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는 메모리얼 아치에 도착했다. 그레이트 오션로드는 1차 세계대전 후 귀향한 군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퇴역군인 약 3,000명을 투입하여 13년간 진행한 건설 공사였기에 이를 기념하기 위한 기념물이 설치되어 있다. 잠깐동안 배스해협 바닷가를 맛보기로 볼 수 있었다.


이어 약 40분을 달려, 야생 코알라를 볼 수 있다고 하는 케넷 리버에 도착했으나 그날은 볼 수가 없었다.

‘코알라’라는 말은 원래 원주민 언어로는 ‘물을 먹지 않는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리고, 코알라의 먹이인 유칼립투스 잎에는 독성물질이 있어, 코알라는 이를 소화하기 위해, 하루에 20시간가량의 시간을 잠을 자며 보낸다고 한다.


투어 일정상 이른 점심을 먹기 위해, 아폴로 베이에 들렀다.

호주 여행 오기 전, 호주 갔다 온 후배가 꼭 맛보라고 하던 미트 파이 (meat pie)를 먹어 보았는데, 기대에 못 미쳤고, 오히려 같이 주문했던 화이트 치즈 스캘럽 파이 (white cheese scallop pie)가 조금 더 맛있는 것 같았다.

한 잔 주문한 플랫 화이트 (flat white)는 아침에 맛본 맥도널드 café latte 보다는 좀 못했지만, 그래도 부드러운 맛이 괜찮았다.


오른쪽에 오트웨이 국립공원 (Great Otway National Park), 왼쪽에 배스 해협을 끼고 1시간 반을 달리니, 오늘 투어의 하이라이트라고 하는 12 사도 전망대가 나온다.


12 사도 전망대는 ‘12 사도’라 이름 붙여진 석회암 기둥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예수의 열두 제자 모습과 비슷하다고 그렇게 명명된 바위인데, 광활한 바다 위 거대한 바위들이 우뚝 서 있는 모습은 장관이다.

12개의 기둥이어서 12 사도라 불리기 시작했지만, 해안가 파도에 의해 계속되는 침식작용으로 현재 7개만 잔존하고 있다고 한다.


오트웨이 국립공원 옆에 위치한 포트 캠프벨 국립공원 (Port Campbell National Park)은 수백만 년 동안의 침식작용으로 만들어진 해안가의 아치모양 암석들, 통풍구, 협곡, 석주더미들로 유명한데, 12 사도는 그중 가장 상징적인 하이라이트이다. 


또 하나의 명소인 ‘로크 아드 협곡’에는 영화 같은 이야기가 존재하고 있다고 한다. 

1878년 영국에서 출발한 로크 아드 호가 멜버른까지의 3개월 항해를 성공적으로 끝마칠 무렵, 짙은 안개로 인해 협곡 맞은편에 있는 머튼 버드 섬 (Muttonbird Island)에 좌초되었다고 한다. 


배가 가라앉은 후, 선원 견습공이었던 톰은 뒤집어진 구명정 아래에 매달려 수시간동안 표류했다.

새벽이 되어 조류가 바뀌면서, 톰은 온몸에 멍이 들고 만신창이가 된 상태로 협곡으로 쓸려 들어갔다. 해변에 도착한 직후, 톰은 물속에서 나는 비명소리를 들었고, 에바가 돛대 나무조각에 매달려 있는 것을 보았다. 에바는 아일랜드 이민자 출신 18세 소녀였는데, 톰은 재빨리 물속에 뛰어들어 한 시간여 만에 가까스로 에바를 해변으로 구출해 나왔다.


톰은 에바를 동굴에 대피시키고 해안가로 떠밀려온 브랜디로 기력을 회복시켰다. 그런 후 두 사람은 기진맥진하여 잠이 들었는데, 잠에서 깬 톰은 협곡에서 빠져나와, 인근에 있는 농장에서 가축을 돌보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농장주의 신속한 도움으로 에바는 안전한 주택으로 이송되었다.

결과적으로, 36명의 선원과 18명의 승객 중 톰과 에바, 단 2명만 살아남았다고 한다.

 


포트 캠프벨 국립공원의 또 다른 하나의 절경이 바로 ‘레이저백’이다.

거대한 바위 벽인 레이저백은 형상이 면도날처럼 날카롭게 생겨서 이름 붙여졌다고 한다.


또 하나의 장관이 톰과 에바 바위이다. 

당초 ‘아일랜드 아치웨이’라는 이름의 바위였는데, 2009년 중앙이 붕괴되어 아치 양쪽의 서로 떨어진 기둥 두 개만 남게 되어, 그 이후에 로크 아드 난파선에서 극적으로 생존한 톰과 에바의 이름을 따서 각 기둥을 명하고 있다고 한다.  


다음 방문지는, 조그만 해안 동굴을 통해서 배스 해협을 감상할 수 있는 ‘그로또’였다. 

끊임없이 밀려오는 배스해협의 파도에 의해 수백 년간 침식되어 왔을 석회암과 사암들이 만들어낸 대자연의 걸작품이다. 파도가 만들어낸 아치형 동굴 앞에서 기념사진을 남겨 본다. 


마지막으로 감상한 또 하나의 랜드마크는 런던 브리지였다.

런던 브리지는 침식과정에 의해 자연적으로 형성된 아치 형태의 바위였다.

침식으로 교량의 형태를 갖추기 전에는 ‘The Eastern Bridge’란 이름으로 불렸었지만, 1990년 본토와 연결된 바위의 가운데 부분이 무너지며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고 하며, 이때 런던 브리지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런던 브리지를 마지막으로 모든 관광코스를 마치고, 3시간 걸려 멜번 시내로 돌아왔다.

지나치는 초원마다 소와 양들이 한가로이 노니는 모습이 대자연과 하나가 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오래전 한 대륙이었던 땅에서 아프리카, 인도, 남아메리카, 남극이 차례로 떨어져 나가, 현재의 호주가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바람과 파도의 침식작용으로 인해 만들어진 빅토리아 해안가 대자연의 신비가 감동을 주는 여행이었다.


우리나라의 동파랑, 남파랑, 서파랑, 갈맷길과 같은 천혜의 해안 코스들을 보다 잘 조성해 세계적인 관광자원으로 만들어질 날을 기대해 본다.


연이은 이글거리는 서양식에 고향 맛이 그리워져, 멜번 한국 식당에서, 호주 소고기보다 더 입맛이 당기는 매운탕을 음미한다. 소주 한잔, 회 한 접시와 더불어.


이번 여행이 의미 있는 것은, 가족 중 아내 하고만 단둘이서 처음으로 떠난 해외여행이라는 것. 

그리고, 하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마음이 가는 대로, 오롯이 우리 두 사람이, 우리 둘만의 여행을 즐기고 있다는 것이 큰 의미가 있는 것 같다. 


벌써 다음 여행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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