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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송 Jul 09. 2024

지인 환갑기념 저녁식사

어제는 사이공 시내에서 저녁 약속이 있었다.

아내의 지인 중 한 사람이 환갑기념 저녁식사 초대를 했다.

그래서 부부동반으로 한국인 4 가족이 함께 모여 식사를 하기로 했다.


내가 어릴 때 동네 회갑연은 큰 잔치였다.

한국인의 평균 수명이 1960년 기준으로 52.4세였으니, 1960년대에는 만 60세까지 장수하신 부모님들을 위해 아들 딸들이 큰 잔치를 열어 축하해 드릴 만했다.


회갑연에 참석한 이웃들, 특히 부녀자들은 품앗이로 음식 준비와 상차림을 돕고, 행사가 끝나면 귀가할 때 식구들을 위한 음식을 조금씩 얻어 오기도 했다.

눈치 빠른 동네 아이들은 음식 준비 중인 엄마 옆에 달려가서 게눈 감추듯 재빨리 한 입 얻어먹고 오기도 했다.


지금은 환갑이 큰 의미가 없어진 지 오래된 것 같지만, 환갑을 맞이한 개개인들은 각자 나름의 의미가 있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초대한 장소가 범상치 않다.


호찌민 시내 중심부에 있는, 역사가 가장 오래된 호텔 중 하나를 보유하기도 한, 베트남 거부가 오너인 좀 특이한 호텔 레스토랑이었는데, 외국인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기도 하거니와 허락된 회원만 입장이 가능하다고 한다.

회원 추천이 있어야만 가입조건을 갖추게 되고 이후 심사를 통과해야 회원이 될 수 있다고도 한다.


하나의 큰 주거 단지 내에 호텔 5개의 객실들과 레스토랑, 차실, 도서관, 와인 바 등이 꾸며져 있는데, 호텔 각 객실을 포함, 모든 공간이 서로 다른 디자인으로 꾸며져 있었다.

실내. 외 가구와 장식품 하나하나가 수입산이면서도 장인의 섬세한 손놀림이 엿보이는 수작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곳을 이용하는 손님들은 대부분 베트남의 최상류 층 인사들이라고 한다.


베트남 최상류 층들은 수시로 파티를 하는데, 파티 장소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화려하다. 

그리고, 베트남을 이끌고 가는 소수의 이너 서클 멤버들 간에는 대부분 정략결혼으로 혼맥이 이루어져 있고, 최상류 층 일부는 아무리 많은 돈을 지출해도 다음날 그 보다 더 많은 수입이 들어올 정도로 부를 누린다. 


고도성장을 하고 있는 후진국에서의 부의 쏠림 현상은 어쩔 수 없는 하나의 부산물인 듯하다. 1970년대, 1980년대의 한국의 모습인 듯하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다른 세상 이야기인 듯 느껴지기도 한다.


베트남 최상류 층들의 화려한 파티 문화를 간접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나름 의미 있는 하루였지만, 방문했던 장소에 대한 한 가지 아쉬움은, 특이한 베트남 최상류 층들의 과시문화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엄청난 돈을 들여 너무 과다하게 필요 이상으로 화려한 공간을 꾸미다 보니, 외국인인 내 눈에는 강약 조절, 선택과 집중, 여백의 미가 없어 보이는 것 같아 오래가지 않아 처음 느낀 신선한 경외감이 사라졌다는 것이었다.


외국 대통령들이나 재벌 그룹 회장들이 세계적인 유명 호텔 레스토랑보다는 서민들이 즐겨 먹는 식당에서 더 감흥을 느끼는 이유 와도 일맥상통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약 10년 전 유명을 달리한 사우디 국왕의 장례 모습이 떠올랐다.

사우디의 입법, 행정, 사법의 삼권과 이슬람 성직까지 장악하고 약 20년간 사우디를 실질적으로 통치하였으며, 당시 소유한 재산만 해도 18조 원에 이르렀던 압둘라 국왕의 시신은, 관도 없이 상아색 천만 둘렀으며, 묘는 봉분도 하지 않고 머리와 다리 부분에 자갈을 깔아 흔적만 남겼고, 서거 당일 수도에 있는 한 공동묘지에 평민들 곁에 묻혔다.
‘사치스러운 장례는 우상숭배다’라고 하는 이슬람 수니파의 교리에 따랐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인생은 ‘공수래 공수거 (空手來空手去)’인 것이다.


다윗의 아들로 18년 동안 이스라엘을 지배하면서 부귀와 권세를 누렸던, 지혜의 상징 솔로몬 왕이 운명하면서 인생에 대해 술회한 한마디도 오버랩된다.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아무튼 어제 하루는 평소 경험하기 어려운 베트남 최상류 층 문화의 일단을 경험하는 하루였기에 또 하루를 감사한 마음으로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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