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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송 Jul 25. 2024

보이지 않는 길

태초에 길은 없었다

어머니 품속에서 젖 물고 뒤척이듯

흙먼지 날리는 신작로 (新作路)에서

명절 고무신 신고 뛰놀았다

 

소독차 꽁무니 향기 따라 내달리며

한 살 두 살 더해가고

수염 나고 막걸리 맛 알 때 성장은 멈추었다

인생길 번뇌는 상상도 못한 채

 

외나무다리 건너는 소 (牛)처럼

후들거리는 다리 붙잡고 살아온 생 (生)

좌충우돌 (左衝右突), 임기응변 (臨機應變)

길이 보이지 않을 땐, 차라리 운명에 맡겼다.

 

육십갑자 (六十甲子) 휘휘 돌았는데

인공지능 세상에 엉거주춤 서 있는 아날로그 인간

비우고 채우려

다시 떠나는 나그넷길

 

강변 부겐빌레아 붉은 풍요 내고

도마뱀 한 마리 기싸움하며 존재감 과시하는데,

인사 건네는 청소 할머니의 미소 속에 보이는 건

우문현답 (愚問賢答) 어른들의 여유로운 그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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