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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송 Dec 17. 2024

행복한 일상

2024년 12월 16일

딸아이의 향기가 집안 가득하다. 

딸아이는, 아침을 준비하는 엄마 옆에서 아기 때처럼 이런저런 걸 자꾸 묻는다. 

몰라서 묻는다기 보다 엄마와의 대화 자체가 그리웠던 것 같다. 모녀간의 아기자기한 대화가 정겹다. 


아빠한테도, 잘 열리지 않는 음식 포장지를 열어달라고 부탁하면서 은근히 말을 걸고 다가온다. 웃음소리가 수시로 터진다. 근 1년 만에 미국에서 날아온 딸아이 한 명으로 인해 오랜만에 느끼는 훈훈한 집안 분위기다. 


내 친구 딸 결혼식과 고교 동기모임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니 가족의 저녁식사 모임이 늦은 시간까지 계속되고 있었다.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낸다고 조그만 크리스마스트리 모형도 꾸며 놓았고, 크리스마스 느낌을 주는 새 식탁보와 접시들도 등장해 있다. 머리에는 모두들 알록달록한 머리띠도 하고 있다. 


내가 놀라는 표정을 지으니 모두들 웃으며 재미있어한다. 오빠는 준비해 온 머그 컵을, 누이동생은 오빠와 오빠의 여자친구를 위한 커플 티를 각자 선물로 교환한다. 보기 좋다. 나이를 들수록 서로 위해 주는 오누이 간의 다정한 모습이 더욱 보기 좋다. 


얼마 전 12월 3일, 난데없는 비상계엄 선포로 대한민국이 공황상태에 돌입했다. 45년 전 대학시절 경험했던 부마민주항쟁 시점의 비상계엄 악몽을 소환하기에 충분했다. 비상계엄 상황이 되면, 대한민국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권이 제한되고 계엄군이 일상을 지배하게 된다. 


계엄하에서는 사람이 사람 아닌 괴물로도 변할 수도 있음을 경험했던 한 사람으로서, 이번 계엄상황이 지속될 경우, 거주하고 있는 베트남으로 돌아갈 수는 있을지, 미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딸의 예정된 한국방문이 가능할지, 한국은 또다시 독재의 암울한 시대로 돌아가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아직 완전한 안정을 찾진 않았으나 긴급한 상황은 어느 정도 수습되어, 먼 곳에서 떨어져 지내던 우리 가족이 모처럼 만나, 정성껏 준비한 음식을 맛보며 웃음이 넘치는 대화 속에 정이 오가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이런 하루의 일상이 새삼 너무 행복한 하루였다.


대한민국의 그 어떤 권력도 헌법이 보장한 행복 추구권을 포함한 국민의 기본권을 해할 수는 없는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10조에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여, ‘안락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48년 8월 15일 정부 수립 이후 그동안, 이승만 전 대통령 시절 4번,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4번, 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 2번을 포함, 총 10번의 비상계엄이 선포되었다. 이번 12월 3일의 비상계엄선포는 1979년 이후 45년 만에 선포된 11번째 비상계엄이었다.


비상계엄은 전시.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시 적과 교전상태에 있거나,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되어 행정 및 사법 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 군사상 필요에 따르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선포하는 계엄을 말한다. 


지극히 평화스러운 상태에서, 국민을 위한다는 그럴듯한 미명 아래 권력을 연장 또는 확대하기 위해, 국민의 기본권을 심각하게 제한하는 비상계엄을 시도하는 괴물들은, 그 시도가 성공하도록 국민이 내버려 두질 않는다. 


늘 입에 달고 다니는 국민이 아닌, 자신의 이익 추구에 함몰된 정치권에서만 문제가 없으면, 대한민국 국민은 충분히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정국이 조속히 안정을 되찾아, 국민들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각자의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일상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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