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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원장 Jul 19. 2024

이번 여름에 방콕에 가신다면.

1. 늦잠을 잡니다. 호텔 아침 식사가 불포함이라면 한인 타운 근처 Chan & Yupa Cuisine에서 브런치를 주문하세요. 꽃밭이 예쁘고, 맛있습니다. 천천히 늦장을 피우다 택시 타고 왕궁으로 갑니다 (태국은 택시비가 아주 저렴합니다).


그럼 낮이 돼 아주 더울 거예요. 에메랄드 사원Wat Phra Kaew에서 에메랄드빛 부처님을 만납니다. 기도하는 태국인들을 유심히 보세요. 미국이 생각보다 더 예수님의 나라라면 태국은 생각보다 더 부처님의 나라입니다. 검게 그을린 부처님에게 물어보세요 당신은 어디서 왔으며 나는 방콕에서 뭐하고 있나. 근데 왜 이렇게 더운지 물어보세요.


부처님과 대화를 마쳤다면 후딱 나옵니다. 덥거든요. 걸어서 (더워요) 근처 왓 포Wat pho를 보셔도 좋고, 왓 포를 가셨다면 사원 안에서 마사지를 받으세요. 한숨 자는 것도 좋습니다. 그래야 저녁 식사시간까지 시간이 얼추 맞아요. 왓포를 나와 5분 정도 걸어서 Tar tian으로 가면 짜오프라야 강을 건너는 통통배가 30분마다 옵니다(요금은 한 200원 쯤) 배를 타고 강을 건너가서 새벽사원 Wat arun을 올라갑니다. 더워요. 일행 중 한명이 빨리 내려가자고 할 겁니다.


다시 강을 건너온 다음에 걸어서 Deck by arun이나 Above Riva 레스토랑에서 저녁식사를 합니다. 가격은 메드포갈릭 정도예요. 예약 필수. 저녁 7시쯤으로 예약을 하시고 강건너 Wat Arun을 보면서 ‘내가 더운데 저길 왜 갔을까’를 되새깁니다. 그렇게 짜오프라야 강 건너 Wat arun으로 해가 떨어집니다. 그 장면을 절대 잊지 못할 겁니다.


2. 다음날은 호텔 수영장에서 그냥 잡니다. 일어나서 동네를 어슬렁거리다 마사지를 받습니다. 마사지를 받다가 또 잡니다. 점심은 마사지 받고 돌아오는 길 노점에서 땡모(수박) 잘라 놓은 것을 먹거나 연탄불로 구운 닭다리를 먹습니다. 점심으로 충분합니다. 방콕은 특히 서민들은 집에 취사시설이 없어서 아침 점심 저녁을 다 노점에서 사먹습니다. 그러니 노점이 뷔페입니다. 그리고 호텔 도착했으면 또 수영장 그늘에서 잡니다. 김원장기자의 ‘집값의 거짓말’ 같은 책을 읽어도 좋습니다.


저녁 4시가 되면 (예약한) 렌트카를 타고 아유타야로 출발합니다. 우리 경주 같은 고도입니다. 일본처럼 왼쪽 운전이지만 길이 좋아서 어렵지 않습니다. 천천히 가면 1시간 20분 정도 걸립니다. 6시 전에 도착해야 Wat phra mahathat사원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미얀마군이 부처님의 머리를 죄다 잘라놓았는데, 오직 하나 남은 곳입니다(같은 불교국가들인데 도통 이해가 안되신다면, 십자군원정에서 유럽 원정대들이 이슬람군을 만나기도 전에 얼마나 서로를 죽고 죽였는지를 떠올리시면 됩니다)


문 닫을 시간, 관광객들이 사라질 때까지 사원에 남아있습니다. 시원한 바람도 불고, 무너질듯삐져나온 벽돌로 버티고 있는 사원이 어둑어둑한 실루엣으로 보일거예요. 수백년 전 이 사원에서 기도하는 태국사람들을 생각해보세요. 전쟁에서 돌로 만든 부처님의 머리를 자를 정도면 적군은 어떻게 했을까도 떠올려보세요. 인도차이나반도의 역사가 대충 갈무리됩니다.


그리고 차로 5분쯤 가면 SALA Ayutthaya Boutique Hotel의 레스토랑에서 강을 보며 식사를 합니다. 강변쪽으로 예약 필수. 제가 인생에서 다녀온 식당 중 가장 아름다운 곳 중 하나입니다. 아름다워도 강변 모기는 당신을 피해가지 않습니다. 뿌리는 모기약을 달라고 하셔요.


SALA에서 1박을 해도 좋고(300달러 정도), 근처 공원 옆 The Park Ayutthaya Resort and Spa(50달러 정도)에서 1박을 해도 좋아요. 이 작은 호텔 앞에 캠핑 의자를 20여개 펼친 노상카페가 있어요(아직 있는지...). 램프를 줄줄이 켜서 불을 밝히고 싸구려 커피부터 버터 토스트 같은 것을 파는데요. 맥주한잔 하면서 생각에 잠겨보세요. 태국은 왜 밤에도 더운가...


3. 아침에 일어나면 달리기를 합니다. 이상하게 아유타야는 런닝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공원도 많고. 아마 평화롭게 런닝을 하는 전세계 공원 도시 중에 가장 소득이 낮은 곳이 아닐까. 바꿔 말하면 소득이 낮아도 이렇게 평화롭고 건강한 도시를 만들 수 있다.


조심스럽게 왼쪽 운전을 하고 방콕으로 돌아옵니다. 시내에 계신다면 CentralwOrld라는 백화점에 들립니다(더우니까요). 백화점 구조가 우리와 똑같습니다. 모두 일본 백화점을 베꼈으니까요. Laem Charoen seafood에서 구운 생선요리를 주문하세요. 다들 그걸 먹고 있을 거예요. 다른 태국음식은 한국에도 다 있으니(더 맛있음) 그냥 먹어보는 겁니다. 제법 먹을만 하고, 또 한국에 돌아오면 우리 생선요리가 얼마나 맛있는지 알게 됩니다.   


센트럴월드를 나와 사거리 대각선으로 건너편에 조그마한 에라완사원이 있습니다. 꼭 가보세요. 그냥 시내한복판에 팔이 여러개 있는 부처님의 불상을 모신 사원인데, 지나는 태국인들은 다들 잠깐이라도 기도를 하고 재물을 바칩니다. 가장 태국을 느끼기 좋은 곳입니다. 태국을 느낀다는 것은 태국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푸앙 마라이’라는 자스민 꽃 목걸이를 재단에 바치고 부처님께 물어봅니다. ‘내일도 더울까요’


밤에는 쩟 페어 야시장에 많이들 가시는데요. 너무 유명해져서 사람이 너무 많아요. 한국 젊은이들은 감자탕같은 랭셉을 많이 먹어요. 더우니까 코코넛아이스크림 하나 사들고 대충 본 다음에 지하철 타고 Phrom Phong BTS Station역에서 내립니다. 엠포리움백화점과 엠쿼티아 백화점이 나란히 있습니다. 지하에는 수퍼카만 따로 주차를 하는 공간이 있어요. 또다른 방콕을 만날 수 있습니다. 스키복 매장도 있어요. 이 친구들 참...


태국인들도 본적 없는 하이엔드 태국 음식은 LUK KAITHONG에 있어요. 여기서 저녁을 먹고, 엠포리움 5층에 올라가면 ESCAPE라는 퍼블릭한 루프탑 BAR가 있어요. 맥주 한잔 하면서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전세계에 얼마나 다양한 민족이 있는지 알게 될거예요.


4.

이도저도 귀찮으면 엠포리움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SURA라는 한식당이 있습니다. 삼겹살에 싱하를 시키고, 밥은 짬뽕탕으로 먹으면 됩니다. 진짜 진짜 친절한 매니저(태국 여성)를 만나게 될겁니다. 근처에 서울집이라는 오래된 식당도 좋습니다. 고등어김치조림이 시그니처입니다.


태국에서 제일 맛있는 한식당은 한인타운 2층의 ‘이가’라는 돼지국밥집입니다. 부산 갈 필요 없습니다. 부산출신 사장님이 맨날 땡땡이를 치는데 희안하게 맛이 일정하게 유지가 됩니다. 제대로 식사를 하고 싶으면 1층의 ‘명가’에서 갈비를 먹으면 됩니다. 한국 갈비가격의 1/3 수준입니다. 김밥을 포장해서 호텔로 돌아옵니다. 우리 가족이 방콕에서 가장 그리워하는 곳입니다.


5. 주말에는 짜뚜짝 시장을 가는데, 정말 너무 넓어서 반나절 정도 돌아보면 1/10 정도 보게됩니다. 볼 것은 많은데 물론 살 것은 없습니다. 집사람은 종종 가구를 보러 다녔습니다. 짜뚜짝 시장 바로앞 Bang Sue Junction Shopping Center에 가면 골동품부터 오래된 가구나 보석을 팝니다. 일요일 낮에는 빌딩 전면에 작은 벼룩시장이 열리는데, 온갖 잡동사니를 팝니다. 우리 가족은 야드로라는 사기인형을 모으는데 계절이 바뀔 때마다 여기에 들려 하나씩 모셔온 추억이 있습니다.


6. 방콕에 오시면 흔히 좋은 마사지 숍을 알려달라고들 하시는데...그건 강남에서 미용실 어디가 좋냐고 물어보시는 것 같아요. 그냥 비싼 곳이 깨끗한데 비싼 곳이 마사지를 잘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니 묻지 마시오. 방콕은 태국과 전혀 달라요. 전세계인들이 모이는 짬뽕도시예요. 스타워즈에 다양한 외계인들이 모이는 술집같은 곳이죠. 매우 무질서한데 생각보다 안전해요. 그리고 부처님처럼 다들 친절합니다. 만약 당신이 태국에서 무례함을 만났다면 그것은 당신이 무례했기 때문일 겁니다.


돌아올 때는 텝타이 치약이나 말린 망고를 사오세요. 물론 쿠팡이나 네이버에 다 있어요. 그냥 더 비싸게 사오는 맛이죠. 그렇게 서울로 돌아오면 이제 더 더운 서울이 기다리고 있겠죠. (태국 사람들이 8월에 서울 갔다가 더워 죽을뻔했다고..) 그래도 우리는 가을이 있잖아요. 태국의 어느 퇴직한 관료분이 10월에 인천공항에 내려서 그러셨데요. 하늘에서 에어컨이 켜져 있는 것 같다고. 이 얼마나 아름다운 말인가. 그래도 이 여름 진짜 휴가를 원하신다면 방콕을 권합니다. 뜨거운 태양 아래 진짜 뜨거운 사람들이 사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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