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회사 입구에 새끼까치가 둥지에서 떨어져 도로 위를 거니는 모습을 보았다. 그날은 마침 샌드위치 연휴라 출근하는 사람이 적었고, 평소처럼 나왔음에도 20분 일찍 회사 앞까지 도착한 상황이었다. 까치가 너무 걱정되어 주변을 맴돌던 내 모습에 사람들이 모였고, 어찌저찌 새끼까치를 풀숲으로 옮겼다. 이젠 정말 출근 카드를 찍어야 할 시간이라 어쩔 수 없이 다시 올라갔다가 바로 내려갔다. 나는 새끼까치가 그 자리에서 가만히 있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곧장 편의점에서 고구마를 사 와 대충 찢어 뿌려주었다. 그러는 내내 어미까치는 나에게 나뭇가지와 잎을 던지며 울었다. 새끼까치는 고구마를 먹진 않았고 그 앞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그 모습을 뒤로하고 다시 일을 하다가 다시 까치 생각에 내려온 오전 11시경, 까치는 사라져 있었다. 그 주변을 맴돌자 아까 그 어미까치가 다시 나타나 울며 나에게 나뭇가지와 잎을 던져댔다.
그날 이후로 매일 아침 출근길 그 풀숲을 바라보며 새끼까치가 어떻게 되었을까- 그리워하는 것이 내 출근길 루틴이 되었다. 이렇게 나는 한번 마음 주면 잊지 못하는 습관이 있다.
자기 연민에 심각하게 빠져있는 요즘. 나이가 들수록 부모가 원망스럽다는 어떤 사람들처럼, 나도 점점 머리가 커지고 상황을 이해할수록 엄마가 밉다. 10대 ~ 20대 초반에는 그동안 엄마가 나한테 줬던 상처의 기억들을 최대한 안 보이는 곳에 숨기고 가려서 나조차도 의식 못할 정도였다. 덕분에 나는 엄마가 나쁜 사람이라는 것도 까먹고 엄마는 좋은 사람인데 왜 나는 엄마가 미울까 하며 나 자신을 스스로 가스라이팅 하기도 했다. 덕분에 정신적으로 많이 아팠다.
이제야 숨겨둔 기억들을 꺼내고 들추고 잘잘못을 따져본다. 어렸던 내가 너무 불쌍해서 온통 자기 연민에 빠져버렸다. 친구들을 만나도, 동생에게도, 남자친구에게도, 엄마, 엄마, 엄마. 엄마얘기뿐.. 엄마얘기하면서 술 먹고 펑펑 울고.. 그래서 이제 사람을 잘 만나지 않게 된다. 꺼내지 않았기 때문에 이유도 모르게 아팠고, 이제야 꺼냈더니 너무 밉고 원망스럽고, 어린시절의 내가 불쌍하다. 그래서 요즘 참 많이 운다. 재밌다가도 엄마 카톡 하나에 우울해지고 엄마 전화 하나에 화가 나고 다시 자기 연민에 빠져 울고. 사실 나는 엄마를 너무 사랑해서, 내가 사랑하는 엄마와 사이좋은 모녀 관계를 누릴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것 같다. 잘 지내보고 싶은데 노력으로는 되지 않는 이 관계가 너무 서러워서 힘들었던 것 같다.
그렇다 하더라도 당분간은 맘껏 엄마를 미워할 거다. 몇십 년간 꾹꾹 눌러 담아둔 감정을 이제야 열었는데
하루아침에 극복할리가 없지. 엄마를 법정에 세우고 싶지 않다고 덧붙이면서 사실 혼자 판사놀이 하고 있었다.
그리고 언젠가는 엄마를 용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