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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햄사 May 27. 2024

후쿠오카|#04 어른도 로봇이 좋아

막간을 틈탄 취미생활

나는 건담 시리즈의 오래된 팬이어서, 오다이바 퍼스트 건담을 시작으로 실물 사이즈 건담이 들어설 때마다 꼬박꼬박 그들을 보러 일본에 다녀오곤 했다. 22년도에 세워진 후쿠오카 뉴건담도 두말할 필요 없이 이번 여행 코스에 포함되어 있었다. 유후인에서 하이웨이버스를 타고 하카타로 돌아오니 시간은 오후 네 시. 해가 지기 전에 다녀오고 싶어 우리는 지체 없이 라라포트로 향하는 버스를 찾아 탔다.


드디어 만난 뉴건담

후쿠오카 뉴건담은 어깨 쪽에 핀 판넬 여러 기가 붙은 오리지널에서 커다란 롱레인지 판넬 한 기로 디자인이 교체되었다. 실물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무게 중심 때문에 디자인을 수정했다고 했다. 느낌이 많이 다르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막상 그 앞에 서니 화면 안에 존재하던 것을 두 눈으로 보는 감동이 커서 그런 것쯤은 별 문제가 아니었다. 맑은 하늘 아래 우직하게 선 채 멀리 넘어가는 해를 등진 모습은 정말이지 그림 같았다.


라라포트 4층으로 올라가면 건담파크가 있고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곳이 역습의 샤아를 테마로 꾸며진 사이드F 매장이었다. 입구에 전시된 뉴건담과 사자비를 지나 들어가니 건담베이스와는 약간 다른 구성의 상품들을 구경할 수 있었다. 일행인 덕배는 건담에는 별 관심이 없지만 내가 즐거워하니 매번 순순히 따라와 주곤 하는데, 이번에는 의외로 사이드F에 걸려있던 티셔츠 디자인들을 마음에 들어 했다.


TV 시리즈인 수성의 마녀 완결이 얼마 지나지 않은 때라 인형을 포함한 관련 상품들이 종종 보였다. 실물로 본 GGG 아무로도 사진으로 보던 것보다 훨씬 예뻐서 전시된 아크릴 케이스 앞을 계속 서성였다.


이번 전리품은 어디 들를 때마다 꼭 하나씩 데려오는 하로프라. 나는 하로를 정말 좋아해서 기본 컬러부터 건담베이스 컬러, 요코하마 컬러, 키티 한정, 눈에 불이 들어오는 피규어라이즈 메카닉스까지 웬만한 귀여운 버전은 모두 집에 모셔두고 있다. (야구에 빠진 지금은 베이스볼 한정판을 찾아 헤매고 있다.) 사이드F에도 한정 컬러 버전이 있었어서, 다른 수많은 유혹들을 물리치고 하로 하나만 데려오는 것으로 소비를 끝낼 수 있었다.

하로프라 사이드F 한정 컬러. 아주 귀엽다.

...고 생각했지만, 하로를 소중히 안아 들고 건담파크의 다른 구역을 둘러보다 발견한 뽑기 존. 나는 놀라울 만큼 뽑기에 소질이 없어 뭘 건져가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도, 이 날은 아크릴 상자 안에서 날 빤히 바라보는 하로의 눈빛을 참지 못하고 냅다 동전을 밀어 넣었다. 신기하게도 첫 시도만에 성공해서 이 하로는 또 어디에 두면 좋을지 내내 행복한 고민을 했다.

제법 크고 튼튼한 틴케이스. 사탕도 들어있었다..!

막간을 틈타 취미 생활을 즐겼으니 이제부터는 정말 발 닿는 대로 돌아다니는 한량 같은 여행을 즐길 차례였다. 날도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해서, 우리는 라라포트 앞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텐진에 위치한 새로운 숙소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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