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먹고 시작하는 후쿠오카 시내 관광
라라포트에서 돌아와 잠깐 쉬다 나카스 강 쪽에 있다는 포장마차 거리로 걸음을 옮겼다. 강변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적당히 북적이는 따뜻한 노포 감성을 상상했지만 현실은 호객꾼과 길게 늘어선 대기줄, 요리 연기로 주변이 부옇게 찬 모습이었다. 조금 실망스러웠지만 와 본 김에 맥주나 한 잔 하자 싶어 가장 짧은 줄에 붙어 섰다.
겨우 자리를 잡고 라멘 한 그릇과 삼겹살, 계란말이를 주문했다. 우리 몫을 기다리는 잠깐 사이에도 식사 중인 사람들을 이리저리 이동시키며 새로운 손님이 앉을 자리를 애써 만들어내는 걸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접시를 반쯤 비우니 주문을 받던 직원이 우리 쪽을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이자카야 류의 가게들은 빠르게 먹고 일어나는 게 암묵적 매너라지만, 자리에 앉은 지 십오 분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대놓고 자리를 비워주길 바라는 액션에 조금 불쾌해졌다. 마치 쫓겨나듯 포장마차를 벗어났는데 위생과 서비스를 포기한 것 치고는 가격도 그리 저렴하지는 않았던 게 반전.
돌아가는 길이 아무래도 아쉬워서 후쿠오카 명물인 고마사바, 참깨 고등어회를 한 접시 먹어주고 둘째 날을 마무리했다. 그래, 여행이란 것이 내내 다 좋을 순 없으니 이 날은 부정적인 의미로 매우 관광객다운 경험을 한 셈 치기로 했다.
다음 날, 멘야 카네토라에서 아침 식사를 했다. 교토에 놀러 갔을 때 숙소 옆 작은 식당에서 츠케멘을 맛있게 먹은 기억이 있어서, 후쿠오카에서도 츠케멘은 먹고 오자며 일부러 검색해 찾아간 곳이었다.
카네토라의 츠케멘은 순한맛과 매운맛이 있고, 매운맛을 선택하면 맵기 정도를 고를 수 있다. 나는 신라면 수준이라는 매운 츠케멘 3단계를 선택. 츠케멘은 삶은 면을 찍어 먹는 방식이라 국물 자체의 간이 센 편이다. 그래서 입맛에 따라 짜게 느껴질 수 있는데 그럴 땐 테이블에 비치된 가츠오다시를 부어 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나는 자극적인 맛을 좋아하는 편이라 서빙된 그대로의 진한 국물에 촉촉한 면을 적셔 한 그릇을 뚝딱 해치웠다.
이 날은 아침부터 눅눅한 바람이 세차게 불었는데 맵싹한 것을 먹었더니 기분이 아주 개운해졌다. 배도 부르고 몸도 따뜻해진 셋째 날 오전, 이번 여행에선 꼭 위스키를 사고 싶었던 덕배와 시로의 금목서 핸드크림을 갖고 싶었던 나는 텐진 거리를 천천히 돌아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