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바웃스타텁 #6. 귤메달
여러분은 국어나 문학 시간에 배운 '심상'이라는 개념을 기억하시나요? 감각으로 얻은 현상이 마음속에 떠오르는 것을 심상이라고 하는데요. 주황빛 껍질을 손가락으로 눌러 까면 올라오는 상큼한 향, 귤은 특히 '후각적 심상'을 강하게 불러일으키는 듯 합니다.
귤 하면 제주도, 제주도 하면 귤. 많은 사람들이 귤이 제주도에서만 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제주도 귤 생산량은 우리나라 전체의 40%에 불과하다는 놀라운 사실! 지구온난화로 감귤 생산지가 전라도, 경상도 등 내륙으로 확대되면서 앞으로는 '제주도=귤' 공식이 차츰 깨질 수 있다고 합니다.
제주도 귤 농가들은 이러한 환경 변화와 온라인 판매 채널의 확대로 더욱 치열한 경쟁에 직면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3대째 제주 귤 농가를 이어온 양제현 대표는 2020년 '귤메달'이라는 '제주 시트러스 버티컬 스타트업'을 창업했습니다. 귤메달은 단순한 귤 판매를 넘어 시트러스를 활용한 다양한 상품을 기반으로 한 로컬 브랜드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귤메달의 혁신은 시트러스 품종별 특성을 세분화하여 소개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기존 과일 온라인 판매가 '생산자' 중심 키워드에 집중했다면, 귤메달은 시트러스 자체를 브랜드 콘텐츠로 만들었습니다. 감귤, 한라봉, 천혜향 등 익숙한 품종부터 신비향, 레드향, 홍매향, 블러드오렌지 같은 비교적 새로운 품종까지, 마치 커피처럼 산미, 당도, 바디감으로 분류해 소개합니다. 소비자는 이를 통해 자신의 취향에 맞는 귤을 찾을 수 있습니다. 더이상 어떤 품종이 최고로 단지, 어떤 품종이 가장 새콤한지 따로 찾아볼 필요가 없어진 것이죠.
전직 홈쇼핑 상품기획자 경험을 살려, 양 대표는 팝업 스토어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소비자와의 접점을 확대하고 광고, 프로모션, 온라인 긍정 버즈 확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섰습니다. 과일 판매에 그치지 않고 주스, 콩포트, 스프레드, 맥주 등 다양한 가공식품으로 라인업을 확대하고 브랜드 IP를 활용한 굿즈 개발로 영역을 넓혔습니다. 귤메달은 생산자 중심에서 벗어나 맛, 향, 이미지 등 고객 중심 키워드로 관점을 바꾸고 브랜드 크리에이티브를 강화하며 독자적인 브랜드를 구축했습니다. 이는 귤의 후각적 심상을 시각, 촉각, 미각적 경험으로 확장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으로 귤메달은 창업 3년 만에 연 매출 30억 원을 달성했습니다. 귤메달의 행보는 최근 등장하는 로컬, 푸드 스타트업에 좋은 시사점을 줍니다. 귤메달의 브랜드 확장 방식은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고 브랜드와의 정서적 연결을 형성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는 농산물 브랜딩에서도 제품의 물리적 특성뿐 아니라, 그것이 불러일으키는 감정과 기억, 라이프스타일과의 연결이 무엇보다도 중요함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귤의 향기에서부터 시작된 이 여정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그리고 이를 통해 우리의 로컬 농업 브랜드가 어떻게 변화해 나갈지 지켜보는 것이 앞으로의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