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독서(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을 읽고 1)
삶과 죽음이 그리 멀리 있는 거 같지 않다.
며칠 전 모임에 퇴직자 나갔다가 얼마 전까지 함께 근무했던 두 선배의 죽음 소식을 듣고 화들짝 놀랐다.
그분들 정년퇴직하고 오육 년 정도 사셨나?
다들 인생 너무 짧고 덧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야기의 마무리는 '지금 재미있게 잘살자.'로 맺어졌다.
퇴직 후 ‘ 인생 후반 잘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묵직한 과제를 늘 머리에 이고 사는 기분이다.
지난봄 도서관 인문학 수업에서 '이반 일리치의 죽음'이라는 책을 접했다.
인간은 어리석게도 죽음을 앞두고서야 존재의 의미를 깨닫는다는 주제다.
죽음도 삶의 일부라는 생각에 깊이 공감했다.
문득 오래전 읽은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이라는 책을 다시 읽고 싶어졌다.
육십이 넘어 다시 읽어 보니,
와닿는 부분과 공감의 깊이가 예전과는 사뭇 달랐다.
주인공 미치는 피아니스트를 꿈꾸다가 실패 끝에 스포츠 저널리스트가 된다.
그는 죽기 전까지 모든 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
마치 성공을 향해 폭주하는 기관차 같았다.
더 큰 집, 더 큰 자동차 등을 위해서 열심히 일만 한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던 중,
미치는 우연히 ‘나이트라인’이라는 TV 프로그램을 보게 된다.
자신의 대학시절 스승이었던 모리 교수가 TV에 나오는 것을 보고 놀란다.
모리 교수가 서서히 근육이 마비되어 가는 루게릭병에 걸려 살 수 있는 날이
불과 6개월 밖에 남지 않음을 알고 모리교수를 찾아간다.
이 책은 미치가 매주 화요일마다 모리 교수에게 들었던 내용을
‘마지막 논문’으로 만들어진 책이라고 한다.
죽음을 눈앞에 눈 모리교수가
살아있는 이들을 위한 열네 번의 인생 수업.
아주 깊은 메시지와 마음에 파동을 일으키는 죽음에 대한 아포리즘이
진한 감성적인 울림을 주는 책이다.
이 책은 어떻게 살고 죽어야 할까?
고민에 대한 대답을 풀어가는 내용이다.
죽음에 대한 이야기지만 결국 삶에 대한 문제를 말한 것이다.
모리 교수는 이렇게 역설한다.
“나와 더불어 죽음을 배우시오. 인생의 의미 사랑, 공동체 사회, 가족,
나이 든다는 것, 용서, 후회, 결혼, 죽음에 대해.”
죽음으로 가는 길에 스승과 제자가 나눈 대화 하나하나가
삶의 소중한 가르침으로 다가왔다.
아둔한 내 영혼에 등불을 하나씩 하나씩 밝혀주는 느낌이었다.
모리의 제자가 된 심정으로 밑줄도 긋고 필사도 열심히 했다.
수험생처럼 찬찬히 읽고 또 읽어 보았다.
우리는 모두 죽음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다.
눈만 뜨면 부자 되고 잘 먹고 잘 사는 법에 대한 정보에 어질어질 멀미가 날 지경이다.
'잘 죽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두려움 없이 죽음을 받아들이려면...'
이 나이 먹도록 아무에게도 배워 본 적이 없다.
가르쳐준 사람도 딱히 없다.
학교에서도 부모도.
죽음은 누구나 처음이다.
그러기에 서툴다.
그 누구도 피할 수 없으며
다들 그토록 두려워라는 죽음.
건강히 잘 살고 있을 때
죽음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지 않을까?
한 번 뿐인 내 인생 더 잘 살다가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