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는 산타버스가 달려요
부산 해운대에는 산타버스가 달려요.
와우!!
내가 시내버스를 탄 게 맞나?
깜놀 했지 뭐예요.
버스가 아니라 크리스마스 축제장으로 초대받은 듯
온통 크리스마스 소품들로
버스 안은 빼곡히 꾸며져 있었어요.
색색깔 꼬마 줄전구가 버스 천장에 매달려
윙크하듯 깜빡깜빡이고요.
버스 창 가장자리를 둘러싼 반짝이가
반짝반짝 마음을 들뜨게 하네요.
앙증맞은 인형들이 열병식 하듯
줄지어 다정하게 인사를 건네네요.
(아마도 기사님이 한때 한창 유행했던 인형 뽑기의 달인이었나 봐요. (순전히 내 생각 ㅎ ㅎ)
온갖 종류의 인형들이 총출동을 명 받은 듯해요. 히힛)
버스 손잡이도 센스만점!! 예쁜 리본이 달랑달랑.
바닥에는 고급 양탄자는 아니지만
빨간색 깔개까지 쫘악~
제대로 깔맞춤 장식을 잊지 않았더라구요.
버스 안에 울려 퍼지는 캐럴송은 연말 분위기를 한껏 돋우네요.
흥얼흥얼 익숙한 멜로디를 따라 부르며
마음이 덩달아 즐거워졌어요.
동화 나라 버스를 타고 일터로 향하는 기분
밋밋한 일상이 특별해지는 느낌을 선물 받았어요. 히힛
환대받는 기분이 이런 걸까요?
고급 요트나 비행기에 탑승하는 기분!!
복작복작대는 시내버스에 탑승하면서
이런 고급진 기분은 난생처음이에요.
나도 모르게 싱긋이 이웃들에게 미소 지어집니다.
버스에 오르는 승객들의 표정을 찬찬히 살펴보았어요.
얼굴을 찌푸리고 버스에 오르던 승객도
금방 표정이 아이처럼 밝아지더라구요.
승객둥절? 히히히
잠시 으아해하다가
곰방 기사님의
아름다운 연출을 알아차리는 듯 했어요.
한 기사분의 참신한 아이디어가
팍팍한 세상살이에 지친 마음에 온풍기를 돌린 듯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듯해요.
정말 아름다운 아침입니다.
살만해지는 하루의 시작입니다.
기사님의 얼굴이 궁금해 자꾸만 훔쳐 보았어요.
분명 사람과 세상, 삶을 향한 아름다운 마음의 무늬를 가진 분이겠지요.
기사님께 엄지 척을 마음으로 날려 보냅니다.
이미 타고 내린 승객들의 마음에도
잔잔한 감동과 울림을 주었나 봐요.
학생들이 포스트잇을 꺼내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삐뚤삐뚤 창에 써 붙인 손글씨가 너무나 정겹게 느껴지네요.
"기사님, 밥 꼭 챙겨드세요."
"오늘부터 장래 희망이 산타 기사예요.히히"
"아침에 학교 가기 싫었는데 기분이 좋아졌어요."
기사님은 승객들에게
승객들은 기사님에게
이 아름다운 소통을 보며
마음에 군불을 지핀 듯 온기로 차오름을 느낍니다.
'아! 아직은 세상이 살만 하구나!'
"행복한 사람이 되기보다
좋은 사람이 되기 더 어렵다." 는
말이 불현듯 가슴에 콩하고 닿았어요.
늘 행복 강박증에 걸린 환자처럼 투털거리기만 했고,
좋은 사람이 되려는 생각은 그닥 하지 못했더랬습니다.
곰곰이 '좋은 사람'에 대해 생각한 하루였지요.
집으로 돌아오니 어제 주문한 택배가 문 앞에 벌써 와 있었어요.
생수통 30개.
이 무거운 것을,
이 추운 날씨에 아파트 11층까지 ...
배달해 주신 택배 기사님이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이웃이라 여겨집니다.
"기사님, 추운 날씨에 수고 많았습니다.
감기조심하셔요!!"
얼른 휴대전화의 베송완료 메시지를 찾아
메모를 남기고 나니
마음이 훈훈해 집니다.
내일부터 중부지방에는 첫눈이 내릴거라고,
역대급 추위가 온다는 기상 예보가 있지만.
우리 동네를 달리는 산타 버스를 생각하면
마음이 저절로 따스해집니다.
사는 게 더 재밌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