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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운대 줌마 Dec 18. 2024

우리 동네와 산책

아무튼 산책

언제부턴가 

무심하게 바라봄이 좋아졌다.



여느 날과 같이 동네 산책에 나섰다.

바다가 잘 보이는 곳에 앉아

간식을 꺼내 먹고 있는데

눈치 빠른 비둘기 녀석이 주위에 얼쩡거린다. 

    


비스킷 몇 조각을 툭툭 던져 주다가,

비둘기의 오른 쪽 발목이 

싹뚝 잘려 나가고 없는 걸 발견하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와락 

불쌍한 마음이 파도처럼 밀려들었다.

가방을 뒤져 과자를 있는대로 꺼내

그 녀석 앞에 

아까보다 훨씬 다정해진 마음으로 놓아 주었다.


콕콕 콕콕 

잘도 쪼아 먹는다.


누군가 목숨을 이어가기 위해 먹는 모습을 

면 애잔한 마음이 든다.



'발목이 잘려 나갔으니 얼마나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을까?

어쩌다가 저렇게 되었누?'

안쓰러운 마음으로 한 참을 살펴보았다.


구구 구구

비둘기 열댓마리가 순식간에 날아들어 먹이 다툼이 벌어졌다.


몸이 허약한 아이를 거친 싸움터에 

내 보낸 엄마의 심정으로

한 발 없는 비둘기가 먹이 경쟁에서 밀릴까 봐 

애타게 지켜본다.


"너는 몸이 불편하니 더 많이 먹고 힘내라."

그 녀석 앞으로만 과자를 던져주고 편애하며 응원했다.


나의 기우와는 달리 그 녀석은 전혀 밀리지 않았다.

다른 비둘기들이 자기 앞에 놓인 것을 먹으려하자

뾰족한 부리로 제압하는 듯한 강한 몸짓을 한다.

슬그머니 뒷 꽁무리를 빼며 

딴 곳으로 피하는 비둘기들의 모습이 

철부지 아이들 힘겨루기 마냥 우습고도 짠했다.



'그래,  다행이다! 다행이야,

힘든 고통의 시간을 이겨내며 너는 많이 단단해졌구나! 

비둘기야, 앞으로도 너의 생을 굳건히 잘 살아내거라!'


두 손을 모으고 지켜보던 

애처로운 마음을 거두고 

다시 일어선다.




동네 산책은 다른 생의 모습에 눈뜨게 해준다.


생물학적인 장벽을 넘어

각자의 생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가슴의 논바닥에 물꼬를 낸 것처럼 흘러든다.


우정과 사랑을 나눌 대상이 

넓어지고 깊어지는 느낌!


충만해지는 마음을 안고 

집으로 돌아오면 


어제처럼 반복되는

오늘 하루도

새 날을 선물 받은 것처럼

소중하고 감사하게 

살아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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