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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금이 Aug 05. 2024

빈 모래성



결국은 큰 파도가 철썩 치자,

빈 공간 위로

내가 위태롭게 쌓아둔 모래성이

그 파도에 휩쓸려 와르르 무너져버렸다.


한동안 일어날 수가 없었다.

공허함과 무기력해진 나는

백사장 위 한가운데서 그만

길을 잃고 말았다.

하늘을 보아도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그저 왜 비어있는 곳을

미리미리 채워 넣지 않았느냐고

스스로를 자책하기를 반복할 뿐,

지나간 것에 대한 후회와

영영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불안함에

무너진 내 모래성을 가만히 들여다볼 뿐,


이미 물이 가득 찬,

첫 형태만이 남은

무너진 내 모래성 위로 몸을 뉘었다.


가만히 물소리를 듣고,

하늘 위로 날아가는 새를 보았다.

물에 젖은 차갑고 축축한 모래를

손으로 움켜쥐어도 보고,

손에 쥔 모래가 물에 스르륵

떠내려 가도록 두어보기도 했다.

불어오는 바람과 내리쬐는 햇빛을

손바닥을 펴 느꼈다.


몸을 일으켜 세웠다.

온 모래로 까끌까끌해진

내 등과 팔을 털어냈다.

나는 다시 자세를 고쳐 잡고

빈틈을 메워본다.


촘촘히 그리고 조금씩.

마음만 앞서서 급하게 쌓아 올리다가

빈틈이나 균열이 생기지 않도록.

그렇게 쉽게 파도에 무너지지 않도록.

지금, 새로운 모래성 쌓기에 집중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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