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큰 파도가 철썩 치자,
빈 공간 위로
내가 위태롭게 쌓아둔 모래성이
그 파도에 휩쓸려 와르르 무너져버렸다.
한동안 일어날 수가 없었다.
공허함과 무기력해진 나는
백사장 위 한가운데서 그만
길을 잃고 말았다.
하늘을 보아도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그저 왜 비어있는 곳을
미리미리 채워 넣지 않았느냐고
스스로를 자책하기를 반복할 뿐,
지나간 것에 대한 후회와
영영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불안함에
무너진 내 모래성을 가만히 들여다볼 뿐,
이미 물이 가득 찬,
첫 형태만이 남은
무너진 내 모래성 위로 몸을 뉘었다.
가만히 물소리를 듣고,
하늘 위로 날아가는 새를 보았다.
물에 젖은 차갑고 축축한 모래를
손으로 움켜쥐어도 보고,
손에 쥔 모래가 물에 스르륵
떠내려 가도록 두어보기도 했다.
불어오는 바람과 내리쬐는 햇빛을
손바닥을 펴 느꼈다.
몸을 일으켜 세웠다.
온 모래로 까끌까끌해진
내 등과 팔을 털어냈다.
나는 다시 자세를 고쳐 잡고
빈틈을 메워본다.
촘촘히 그리고 조금씩.
마음만 앞서서 급하게 쌓아 올리다가
빈틈이나 균열이 생기지 않도록.
그렇게 쉽게 파도에 무너지지 않도록.
지금, 새로운 모래성 쌓기에 집중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