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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게바라 Apr 27. 2024

그 섬에 가고 싶다: 홍콩 타이오(Tai O) 마을

란타우 섬의 Hidden Place - Tai O 마을

홍콩 국제공항이 있는 란타우섬에는 홍콩의 인기 관광지가 많다. 최근 겨울왕국 테마를 선보인 디즈니 랜드가 있고, 연장 5.7킬로미터의 아찔한 케이블카를 타고 바다와 산을 건너면 세계 최대 청동 좌불상이 있는 옹핑마을을 갈 수 있다. 또한 시티케이트라는 엄청난 크기의 아울렛도 있고, 말로만 들었지만 어마무시하게 힘들고 아찔한 트래킹 코스도 있다. 그뿐만 아니라 고대 신석기 유물이 발굴되어 오래전부터 사람들이 살았다 하니 역사까지 깊다.


그중 '타이오'마을은 수상가옥들과 수상가옥 그리고 핑크 돌고래를 볼 수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나는 옹핑 케이블카와 타이오마을 관광이 패키지로 묶여있는 상품으로 다녀왔는데 예약을 잘못해서 2개를 구매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두 번이나 방문해야 했다.  

여행 상품으로 케이블카를 타고 옹핑지역을 관광한 후 옹핑 버스정거장에 시내버스를 타고 타이오 마을을 갈 수 있다. 이때 중요한 건 옹핑 관광하기 전에 타이오 마을 가는 버스시간표를 체크해야 한다. 버스가 뜸하고 사람들이 많아 잘 못 버스를 놓치면 꽤 오랜 시간을 기다리거나 택시를 타야 하기 때문이다.

 

타이오 마을은 바닷가에 위치한 어촌으로 케이블카를 타고 높이 올라온 만큼 버스를 타고 한참을 내려가야 하는데 케이블카와는 다르게 차창밖의 아름다운 경치에 아찔한 스릴까지 제공한다. 좁고 구불구불한 도로를 제법 빠르게 내려오는데 반대편에서 버스라도 올라오면 급정차를 하고 아슬아슬 스쳐간다.  

타이오 마을에 내려오면 어시장과 수상가옥들을 둘러볼 수 있다.

시장은 좁은 여러 골목에 각종 건어물과 기념품가게, 작은 식당들로 들어차 있는데 관광객이 많아 어디든 장사가 잘 되는 듯하다. 상점이 없는 어느 할아버지는 쥐포를 골목 구석에 앉아 구워 파는데 냄새가 골목을 가득 채웠다.

타이오 마을 시장


관광객들은 어묵꼬치나 와플을 먹으며 시장 곳곳을 둘러보거나 수상가옥 마을 골목을 다니며 사진을 찍는다. 나도 이 골목 저 골목을 따라 남의 집을 구경하는데 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생소한 홍콩의 어촌, 수상가옥들 안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지낼지 궁금하기만 하다. 물은 어디서 끌어오며 화장실은 어떻게 생겼을지, 모기는 없는지, 태풍 올 때는 피신이라도 하는지 물어보고 싶은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시장에 비해 한가한 동네 마을 둘러보다 보니 마작하는 장소도 있었다. 3면만 벽이 있고 한 면은 완전히 개방된 마을회관 같은 곳에 서너 테이블이 있고 할아버지, 할머니, 아저씨, 아줌마들이 '착착' 소리 내며 마작을 하고 있다. 홍콩 영화에서는 머리에 기름을 바르고 쫙 빼입은 남자악당과 도발적이고 섹시한 여자악당이 검은 기운을 뿜으며 마작을 하다가 결국 총을 뽑아들기도 하던데 이곳은 뭔가 푸근하다. 우리나라로 치면 시골마을에서 더운 여름날 할머니들이 모여서 10원짜리 고스톱 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는데 잠시 지켜보니  도박의 어두움이 느껴지는 건 아닌데 꽤 진지해 보인다.

수상 가옥 전경

동네를 한 바퀴 돈 뒤 핑크돌고래를 보기 위해 배를 탔다. 배가 작고 허술해서 조금 실망했다. 관광객 아주머니 일행 7, 8여 명과 서양인 노부부 한쌍, 그리고 내가 타니 만석이 됐다. 일단 배는 바다 반대 방향으로 마을을 한 바퀴 돈다. 날씨도 화창하고 꽃을 키우는 이쁜 집들이 많아 이번에는 미안하지만 이리저리 사진을 찍었다. 나뿐만 아니라 아줌마들은 배가 가든말든 일어서서 마을 찍다가 서로가 위치를 바꿔가며 마을을 배경을 사진을 찍었다. '좀 위험하지 않나?' 하는 순간 가장 적극적이었던 아줌마가 내게 단체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을 한다. "여기서?" 하고 물었으나 빨리 찍으라고 성화다. 좁은 배안에 단체 사진을 찍는데 근심스럽게 서양인 노부부가 바라본다. 그렇게 시끌시끌한 상태에서 마을을 둘러보고 뱃머리를 돌려 본격적으로 바다로 나갔다. 배가 마을을 벗어나니 무심해 보이던 선장이 아무 설명 없이 갑자기 풀파워로 속도를 높인다. 파도에 배가 튕겨 오를 때마다 아줌마들이 환호성을 친다. 급작스런 배의 속도감도 신났지만 아줌마들의 환호성으로 배 안은 축제분위기다. 그 때문일까? 선장도 슬쩍 웃으며 속도를 더 높이는 듯했고 덩달아 서양 노부부도 아줌마들의 환호성에 맞춰 만세를 부르며 소리를 질렀다. 나도 웃으며 아줌마들 틈에서 수줍게 소리를 질러봤다.(혼자 롤러코스터를 타면 소리를 마음껏 지를 수 있을까?)  

생각보다 멀리 바다로 나갔는데 핑크 돌고래는 보이지 않았다. 두 번 배를 탔지만 모두 못 봤다. 이후에 여기 다녀온 직원들에게 물어보니 돌고래 보는 건 하늘의 별따기라 한다. 하지만 시원하게 바람을 가르며 바다로 나가 소리도 질러보고 속이 뻥~뚫렸으니 됐다.  

그렇게 옹핑을 갔다가 타이오 마을에서 시장구경, 마을구경, 바다구경으로 하루를 보내니 꽉 찬 느낌이었다. 만일 옹핑만 왔다 갔다면, 혹은 타이오 마을만 봤다면 조금 시시할 수도 있을 텐데 하루 코스로 두 군데를 도니 뿌듯했다. 누가 옹핑 케이블카 타봤냐, 옹핑 어떠냐고 물어보면 꼭 타이오 마을을 들러보라고 말하고 싶다.

타이오 마을 한바퀴 돌고 바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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