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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게바라 Apr 27. 2024

홍콩에서 병원 가기

아프면 몸도, 지갑도 강제 다이어트

해외에서 아프면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일단 한국에서 가져온 약으로 이것저것 버텨보다 해결이 안 되면 현지 병원을 가야 하는데 마음먹기가 쉽지 않다. 일단 낯설고 병명과 증상을 어설픈 영어로 이야기하려니 주저하게 된다. 게다가 안과의 경우라면 각막, 망막, 원시, 근시라던가 내과라면 소장, 대장, 위등 한국말로도 잘 안 쓰는 단어까지 사전에 공부해야 한다.

그래서 진료 후에는 내가 잘 이야기했는지, 의사가 잘 알아들었는지, 약은 맞는지 의심스러울 때도 있다.

 

홍콩의 경우 병원은 크게 정부병원과 개인병원으로 나뉜다. 이 중에서 정부병원은 의료비가 저렴한 대신 응급환자 먼저 진료를 하기 때문에 짧게는 1시간, 길게는 4시간 이상 기다려야 한다. 개인병원은 일반의원과 전문의원으로 나뉘는데 주로 예약을 하고 가서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되지만 전문의원의 경우 진료비가 엄청나게 비싸다.  

 

한 번은 눈이 빨갛게 충혈되어 며칠 고민하다 안과에 갔다.

이전에도 눈의 실핏줄이 터진 경험이 있어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동료 직원들이 결막염 아니냐, 전염되는 거 아니냐며 농담인지 진담인지 넌지시 건네는데 덜컥 겁이 났다. 이거 괜히 민폐 끼치고 내 눈도 어찌 되는 게 아닐까 걱정됐다.  

그래서 큰 맘먹고 병원에 대해 이것저것 한국 동료들에게 물어봤으나 다들 자신의 경험만 무용담처럼 이야기할 뿐 딱히 도움이 되지 않아 스스로 알아서 해야 했다. 뭐, 살짝 서운했지만 언제까지 남에게 의존할 순 없지 않은가?

인터넷으로 병원을 검색하고 가까운 병원에 전화를 해서 예약을 했다. 그리고 약간 긴장한 채 시간 맞춰 병원에 갔다. 내부는 우리나라랑 비슷했는데 의사가 3명이고 간호원들이 많았다. 다행히 내가 외국인이어서 그런지 접수처 직원과 간호원들 모두 친절했다. 시력측정, 안압 측정등 간단한 기초 검진을 하고 의사를 만났다. 의사는 더 친절했다. 이것저것 물어보고 눈을 세심하게 진찰하더니 예상대로 실핏줄이 터진 거고 내가 고혈압 환자라 더욱더 그럴 수 있고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홍콩 의사는 직접 개인전화번호를 알려주면서 혹시 다른 불편한 거 있으면 전화하란다. 아~ 의료정신이 투철한 참된 의료인 이다 싶었다.

계산을 하러 접수처에 다시 갔더니  

 

- consultation 비용: 1000불

- 눈약: 10불

 

1,010불을 냈다. 한국 돈으로 17만 원이 넘는다.  

친절할 수밖에 없는 비용이다. 눈에 이상이 없다니 다행이었지만 엄청난 병원비에 '허허~참'하며 병원을 나왔다.  

 

더 심했던 적도 있었다 겨울에 한국에 휴가 갔다가 부비동염이 걸려 치료 중에 홍콩에 돌아왔는데 도무지 낫지를 않았다. 병원에 안 가고 그냥 버티려 했지만 점점 더 악화되었다.

콧물, 가래, 기침에 광대뼈 밑이 욱신거리고 나중에 눈에까지 압력이 느껴지고 열이 나서 결국 한밤중에 응급실이라도 가고 싶은 지경까지 이르렀다.

다음날 인터넷으로 가깝고 깔끔해 보이는 이비인후과 찾아 전화로 예약을 했다. 예약 안 하고 가면 병원 접수처에서 예약하고 오라고 돌려보낸다는 댓글을 보니 아무리 급해도 예약이 먼저였다. 병원은 침사추이 하버시티 9층에 있었는데 층 전체가가 여러 개인병원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 병원 역시 깔끔하고 의사가 매우 친절했다. 그래서인지 마음이 매우 편안했다.  의사는 우선 육안으로 귀와 입을 들여다본 후 코 내시경을 했다. 코 내시경을 통해 부위를 관찰하고 사진을 찍은 후 내게 자세히 설명을 해줬는데 2주 후에 다시 와서 퉁퉁 부어있는 부위가 가라앉는지 확인을 해야 한다고 했다.

진료가 끝나고 접수처에서 약을 받고 진료비를 냈다.

이번에는  

 

- consultation 비용: 1,200불

- 코내시경 비용: 1,800불

- 약값: 400불

 

모두 합해서 3,400불로 한국돈으로 치면 58만 원이 넘는다. 게다가 2주 후에 가서 진료비와 내시경을 했는데 200불 할인받아 2,800불을 지불해서 한국돈으로 100만 원이 넘겼다.

선 넘었다. 아니 미. 쳤. 다.

도대체 홍콩 사람들은 부비동염을 어떻게 치료하고 있는 걸까 생각했다.

이후에 홍콩 직원들에게 물어보니 홍콩은 병원비 비싸다며 씨~익 웃는다. 한국 왕복 비행기가 40만 원 정도인데 한국 갔다 오는 게 싸지 싶다. 그러고 보니 홍콩 교민 단체 채팅방에서 치과는 더 비싸서 어금니 발치하고 잇몸치료 하는데 홍콩 달라로 40,000불, 한국돈으로 600만 원 넘게 들어 한국 가서 치료받았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대한민국에 당연하게 생각하던 한국의 의료보장제도가 서민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피부로 와닿는다. 물론 보험비 인상과 혜택 범위 확대등 개선해야겠지만 가벼운 질병엔 큰 부담 없이 안심하고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값진가.

여하튼 해외에선 안 아픈 게 최고다.

홍콩 전문의원 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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