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마야, 빨리 와봐!"
학교 카페테리아에서 아이의 런치 외상값이 100불이 넘었다는 경고메일이 왔다. 밀린 외상값을 지불하려 학교 웹싸이트에 접속한 나는 날카로워웠다. 분명 몇일 전, 점심외상이 많다해서 물어보니 "엄마, 배가 고파서 치킨이랑 샌드위치 사먹었어요." 라고 대답했는데 그게 아니였던 것이다.
월: 커피 $2.70
화: 커피 $2.70
수: 커피 $2.70
목: 아이스라테 $4.75
금: 커피 $2.70
일주일 단위로 영수증이 보이는 페이지에서, 지난주에만 매.일. 학교에서 커피를 마신 아이의 런치 영수증을 보니 갑자기 화가 나기 시작한다.
"엠마야, 밥사먹는다고 했잖아. 근데 어떻게 매일 매일 커피야? 점심도시락에 간식도 다 싸가는데 배고파서 런치 사먹었다고 해서 엄마가 괜찮다고 했는데, 이렇게 매일 매일 커피 마시는건 몰랐잖아."
나에게 거짓말한것에 대한 화도 있지만, 일 끝나고 돈 아끼겠다고 커피한잔 못사먹는 나에 대해 화가 나서 더 커서일까? 언성이 높아진다.
"앞으로 이럴거면 니가 돈내. 엄마가 학교 시작하기 전에 엄마가 용돈으로 쓰라고 은행에 $1000 넣어주는거 일년동안 니가 잘 계획있게 알아서 친구들이랑 이런 스넥사먹을때 쓰라고 주는거잖아?" 나는 화를 이기지 못하고 손사래를 치며 아이를 돌려보낸다. 아이는 울컥하면서, "엄마 미안해요. 내가 낼께요." 하며 자리를 뜨지 못한다.
"됐어, 돈이 문제가 아니야." 아이의 미안해하는 눈을 피하며 카드를 꺼내 번호를 입력한다.
$124.90
옆에서 내역을 보는 아이는 한달 동안 이렇게 많이 쓴 줄 몰랐다고...집에 있던 커피보온병이 사라져서 커피를 갖고 갈수가 없었다며 다음부터는 커피 사마시지 않겠다고 자신의 상황을 설명한다.
"그만해. 됐어. 이미 쓴거잖아." 내 짜증섞인 말투가 마음에 걸리는지 조심스레 아이는 말을 꺼낸다.
"엄마, 미안해요. 내가 잘못한거 알아요. 근데 엄마, 소리 지르지 않았으면 해요. 엄마가 소리지르면 갑자기 내 브레인이 멈춰서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아요. 다음부터는 그렇지 않을테니 화내지 마세요."
마음에 돌덩이가 쿵! 하고 떨어진다.
늘 화가 가득한 김여사와 아부지 속에서 자란 내 어린 시절이 떠오르며 파노라마처럼 내 머릿 속 필름들이 재생속도 천배로 흘러간다. 당신의 화를 커트롤 못해 늘 욱!해져 욕하고 소리지르는 아부지. 나는 아부지가 피터지는 목소리로 욕하고, 소리지르면 겁이 나 울기부터 시작했다. 그런 우는 모습이 꼴보기 싫은 아부지는 더 큰소리로 고래고래 소리지르며 입닥치라고 나를 때렸다. 그렇게 작게 작게 남아있는 슬프고 아픈 상처들로 내 나이 45세에도 불구하고, 엄마가 돌아가신후 지금, 혼자된 아부지가 아직도 두렵고 어려운 존재다.
내가 갖은 트라우마와는 다른 색이지만, 내 아이에게도 내가 소리지르고 화냈던 모습이 아이에게 상처로 남아있다는 걸 오늘에서야 알았던 것이다.
"엠마야, 미안해. 엄마는 엠마가 그런 마음이 있는 줄 몰랐어. 엄마에게 말해줘서 너무 고마워. 그리고, 엠마가 그런 마음이 있다는 것이 너무 미안하다. 엄마가 엄마한테 화가 났는데 그게 엠마한테 간거 같아. 다음부터는 소리지르지 않도록 노력할게. 그리고 말로 설명해보도록 노력해볼게."
아이에게 용서를 구하는 나를, 아이는 크게 안아준다. "엄마 괜찮아요. 나도 미안해요."
한번에 되지 않겠지만, 앞으로 차분하게 아이와 함께 대화로 풀어나가기로 약속해본다.
이렇게 또 아이들에게 배우며 성장하면서 하루의 문을 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