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청소시간
나는 청소하는 것을 좋아한다.
어린 시절부터 공부하라고 방에 들어가면, 어지러진 책상 서랍의 물건들을 다 꺼집어내어, 펜은 펜들끼리, 연필은 연필끼리 열심히 정리하며 에너지를 소모하다가 지쳐서 공부를 하지 못한적이 하루이틀이 아닐정도로 어릴적부터 나는 청소를 좋아했다.
나는 청소하는 것을 좋아한다.
기상시간은 새벽 4시반.
아침에 일어나 커피가 내려지는 동안, 어제 먹은 그릇들로 가득 쌓여진 설겆이통을 식기세쳑기에 넣던지, 이미 깨끗이 씻겨져 자신의 자리에 들어가기를 기다리는 그릇들을 정리하는 일들은 새벽에 이루어진다. 그러다가 바닦에 굴러다니는 먼지나 음식 부스러기가 눈에 거슬리게 들어올때면 청소기를 갖고 올라온다.
위이이이이이잉.....조용하기로 유명한 밀레청소기 덕분일까? 아니면 어릴적부터 내가 돌리는 새벽청소기소리에 익숙해져있는 걸까? 우리집은 내 새벽청소기 소리에도 아무도 반응하지 않는다. 모두다 단잠을 자는 새벽시간에 나는 열심히 청소한다. 청소를 끝내고, 거실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을때면 남편이 나타난다.
"어, 청소요정이 왔다갔네."
나는 청소하는 것을 좋아한다.
나름 미니멀리스트라고 생각하고 사는데, 친하게 아이친구엄마가 나에게 말한다. "엘라엄마, 엘라엄마는 멕시멈리스트예요. 단지 잘 정리가 되어있을 뿐이예요." 어, 아닌데? 난 미니멀리스트인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우리집에는 없는것빼고 다 있다. 핫딜이 뜨면 '어머, 이건 사야돼.'하며 쟁겨놓는 습관. 그리고, 내가 그 모든 물건들에게 자리를 주어, 구석구석 테트리스 쌓듯이 잘 쌓여 있어서 우리집은 물건들로 가득하다. 그리고, 어디에 있는지 잊지 않게 위해서 가끔 한 곳을 정해 다 꺼집어 내면 지하실 창고는 미니 코스코를 연상케할 정도다. 그래서 남편이 늘 나를 찾는가보다. "여보, 새 칫솔 어디있어?"
나는 청소하는 것을 좋아한다.
특수교육 영어교사 두명, 수학교사 나 이렇게 세명이서 함께 사용하는 교실은 Barnes and Noble 에 들어 선 것처럼 아이들을 위해 영어책들로 가득하다. 이에 질세라, 도구들을 이용해서 가르치는 것을 좋아하는 내 티칭스타일로 내 코너는 수학툴이며, 페이퍼, 폴더, 아이들의 워크들로 꽉 차있다. 3:05pm. 학교가 끝나고, 기진맥진한 몸을 의자에 기대본다. 멍하게 노트북스크린을 보지만, 내 영혼은 거기 있지 않다. 그렇게 멍때리다선생님들의 퇴근시간을 알리는 3시30분 벨과 동시에 자리를 뜨는 내 룸메이트 선생님들 덕분에 3시40분이면 텅 빈 교실. 조용히 내 책상의 물건들이 정리되는 시간. 다시 몸을 추수리고, 아이들의 숙제를 체크하고, 복사해 놓은 프린트들을 정리하면서 내일의 수업을 준비하는 시간.
나는 청소하는 것을 좋아한다.
마음의 먼지들을 치우는 시간.
머리의 복잡한 생각들을 차곡차곡 정리하는 시간.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모를때 몸을 굴리며 준비하는 시간.
나를 치유하고 쉬게하는 청소하는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