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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gowords Apr 27. 2024

패턴, 뫼비우스의 띠

그때 내가 조금 더 힘을 냈더라면 오늘이 달라졌을까

돌이켜보면 나도 그럴때가 있었다. 의욕에 차서 열심히 달리던 때가, 그럼에도 결승점 앞에 넘어져 그대로 주저 않던 일들이. 그 당시엔 그게 최선이었으나 지나고 나면 늘 아쉬움이 남는다. 그때 내가 조금 더 힘을 냈더라면 오늘이 달라졌을까 싶어서.




나에게는 반복되는 패턴이 하나 있었다. 평상시에 열심히 해 놓고 시험(면접) 당일에 자주 펑크를 내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기 피곤해서', '날이 너무 추워서', '가기 귀찮아서', '왠지 점수가 별로 안 나올 것 같아서', 이유를 대는 것은 너무나 쉬웠다.


핑계는 다양했으나, 결정적인 순간에 마무리를 하지 않는다는 패턴은 늘 같았다. 지금은 이 패턴을 많이 고쳤는데 내가 써 먹은 방식은 이렇다.


가지 않아도 될 온갖 이유가 있지만, 그럼에도 갔을 때 좋은 결과가 있었던 순간을 떠올려 보기.


'가기 싫지만, 가면 합격할지도 몰라', '가기 귀찮지만, 이번엔 점수가 잘 나올지도 몰라', '저번에도 망설이다 갔는데 결과가 좋았잖아'처럼 말이다.  


어떻게 보면 스스로에 대한 가스라이팅일 수 있지만, 이 긍정적 가능성과 기대가 회피하려는 나를 매번 건져낸다. 반복되는 패턴에 브레이크를 걸고 천천히 방향이 바뀐 나는 이전과는 달리 성공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는 패턴으로 나를 이끈다. 그리고 그것이 지금의 내 자리를 만들었다. 일반 회사생활을 했던 내가 직장 퇴사후 백수생활을 전전하다 생뚱맞게 상담심리 대학원에 입학해서 공인 자격증을 따고 대학교에 풀타임 자리를 얻기까지, 무수히 많은 회피의 순간들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다.


자신의 패턴은 사실 인식하기 힘들다. 나의 생각, 감정, 행동, 관계들이 모두 그 패턴안에서 움직이기 때문이다. 나에겐 모든 것들이 그저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이유이다. 설령 패턴을 안다고 해도 그것을 깨는 건 또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내가 직장을 익숙해질 만하면 관두고 다시 들어가고 또 관두고 다시 들어가고, 이 패턴을 깨는데 15년이 걸렸다. 앞으로의 직장생활이 기대되는 이유이다. 한 곳에서 오랜 시간 일의 경험을 확장하고 관계를 축적시켜 보는 경험이 나에게도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도 난, 여전히 내 패턴을 발견하고 그것을 부수기 위해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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