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없이 가라앉는 느낌이 미열처럼 전신에 퍼진다. 조여 오는 답답함에 침대에 누워 눈을 감는다. 물기가 번진 두 눈 위로 팔을 걸친 채, 이 구렁텅이에서 누가 이기나 해보자는 듯이, 하루든 이틀이든 마치 깨지 않을 것처럼, 그렇게 나는 잠을 청한다.
누군가 그랬던가? 사람은 사춘기를 한 번씩은 꼭 경험하게 된다고. 비록 그 시기는 사람마다 다를지라도 말이다.
나의 사춘기도 꼭 그랬다. 불행이란 짧은 단어로 설명하기 어려운 중고등학교, 대학교 시절을 지나 삶이 안정기로 접어든 20대 후반에 시작되었으니 말이다.
예상치 못한 순간에 불쑥 찾아온 삶의 방향에 대한 혼란, 무가치함, 공허함과 슬픈 감정은 일상을 크게 흔들었고, 난 그 이유를 찾고자 분주해졌다. 그때 많이 의지했던 작가가 김혜남 작가이다.
허기진 배를 채우듯 심리학 책을 참 오래도, 많이도 기웃거렸다. 결국 종착지처럼 상담대학원에 진학하여 상담심리사가 된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르겠다.
가끔 생각한다. 그 시절의 나와 내가 보낸 시간들에 대해서. 그리고 내가 수없이 읽었던 책들에 대해서.
수많은 심리 에세이 책들에 신세를 졌다. 힘겨운 방황의 시절, 많은 위로와 위안을 받았다. 그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어쩌면 그것은 나에게 있어 피로한 몸뚱이에 꽂은 영양주사 같기도, 갈증에 급하게 넘겨버린 콜라와 같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
콜라를 마시면 갈증은 해소되지만 금방 목이 마른 것처럼, 영양주사를 맞으면 빠르게 회복되지만 다시 피곤해지는 것처럼, 순간의 고비와 허기를 채울 수 있게 도와주었지만, 나는 금세 다시 배가 고파지게 되었다.
그럼 나에게 뭐가 더 필요했었을까? 하나는 다른 존재를 통해 나의 결핍된 욕구가 채워지는 경험이고, 다른 하나는 나의 반복되는 패턴에 대한 이해와 그것에 대한 교정이라는 결론에 다다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