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유사성에 관하여
카펫이 깔린 바닥에 철퍼덕 앉아 연신 눈물을 닦아낸다. 45인치 스마트 티비엔 넷플릭스 추천 목록에서 우연히 고른 일본 애니가 재생되고 있다.
돌이켜보면, 나의 슬픔을 관통하는 주제는 늘 같았다. 어떤 영상을 보고 1초 만에 눈물이 나는 나를 보면서 불현듯 깨달았었다. 아, 나란 사람은 이런 주제에 건드려지는구나, 하고 말이다.
좋아하는 개념이 있다.
프랙탈
부분이 전체 모습을 닮아있는 자기 유사성 구조를 말하는데 이를 인간의 심리구조에 적용해 보면, 나라는 사람의 전체 모습은 여러 개의 작은 조각들로 이루어져 있고, 그 조각들은 결국 나라는 사람의 전체 모습을 닮아 있음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어려운가?
쉽게 말하면, 어느 한 장면을 보면 그 사람의 전체 심리구조를 엿볼 수 있다는 의미쯤 되시겠다.
좋아하는 개념이 하나 더 있다.
패턴
사람에게는 일평생 반복하는 감정, 사고, 신체감각, 관계 패턴이 있다는 시각이다. 생애 초기에 시작되어 일생 동안 반복되는데 이렇게 반복되는 패턴의 결과로 나에게는 익숙하지만 최선은 아닌 행동을 하게 되고, 결국 삶이 힘들어진다고 본다. 좌충우돌과 갈등이 많아지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보통 나의 패턴을 정확히 모른 채 지낸다.
나도 그랬다.
그저 막연히 열심히 하면 되겠지 했다. 출력된 종이 위의 글자를 열심히 고쳐 쓰고는 다시 출력했을 때, — 고쳤는데 왜 자꾸 똑같이 나오는 거야— 하면서 말이다.
내가 프랙탈과 패턴이란 개념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