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반복되는 패턴에 관해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한 가지는, 미열 같은 우울감과 싸우는 시간들을 종종 겪는다는 것이다.
'루틴처럼' 우울감과 힘겹게 싸우고 있던 어느 날, 우연히 '오늘의 일기'를 봤는데, 작년의 오늘도, 재작년의 오늘도 우울감에 힘겨워하는 나를 발견하게 됐다. 나에게 주기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때 받은 안도와 위로란...
작년의 나도 힘들었구나, 재작년의 나도 힘들었구나, 그래도 잘 이겨내고 오늘에 이르렀구나.
어쩌면 오늘이, 내 삶의 리듬 사이클에서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시기일지도 모르겠다. 그럼 또 이렇게 이겨나갈 수 있겠지. 휘둘릴 필요가 없을지도.
내가 왜 우울한지 그 이유를 깊게 들여다보기 이전에 이것이 내 삶의 하나의 패턴이자 리듬 속의 사이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그것을 딛고 오늘에 이르렀다는 깨달음이, 내가 지금 이 미열 같은 우울감을 딛고 앞으로 나아가야 함을 말해주었다.
나에게서 출발하자. 나를 관찰하고 경험하고 기록하자. 나의 주기와 패턴을 발견하고 부수고 세우자.
이때야 비로소 나의 세계가 단단해지고 나를 중심으로 이 세계가 확장될 수 있다. 자존감은 이런 과정이 수없이 반복된 후 생기는 것 같다. 심리학 정보를 머릿속에 욱여넣고 자기 계발서와 심리 에세이를 수없이 읽었던 내가 지금에 와서 내리는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