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장르와 역할 속에 사는 게 인생이다만, 창작하는 사람들에게는 추가적인 의미가 있는 것 같다.
내가 대학 다닐 때를 떠올려보면 그때는 그냥 전공 안에서 공부를 잘하면 됐었다. 나는 어문계열 전공이었는데 조기유학 갔다 온 애들보다 뒤처지는 나를 고민했지, 그것을 활용하고자 하는 나의 목적이나 고유성, 정체성, 스타일에 관해서는 사실, 1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아! 대기업에 취직하고 싶다아아~~~라는 수준의 목표는 있었던 듯하다.
그런데 창작하는 사람들을 상담하다 보면 이 문제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한다. 이유를 생각해 보면, 창조하는 작업이다 보니 작품에 Self가 어느 정도 투영 되기도 하고, 작업에 많은 투자를 하다 보니 창작물에 강한 감정적 유대감을 갖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작품이 정체성이나 자존감, 정서적 유대감과 연관될 때 나쁜 평을 받으면 Self가 공격받는 느낌이 들고, 나의 지향점과 시장의 니즈가 일치하지 않을 때 창작자로서의 정체성을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이 과정 속에서 안개처럼 퍼지는 생각이 있는데
바로, '비교'이다.
떠오르는 한 친구가 있다. 잘난 친구 옆에 있는 잘난 친구였는데, 잘난 친구 때문에 마음이 괴로운 친구였다. (말장난하는 거 아니다!) 어느 정도였냐면, 친구의 그냥 일상 얘기에도 배가 아프고, 앞으로 뭐 할 거라고 계획이라도 들으면 조바심이 나고 얼굴만 봐도 질투가 샘솟는데 이런 나를 보면 또 스스로가 초라하고 한심해져서 너무 괴로운 상황이었다. 그런데 웬걸, 딱 3주 만에 고쳤다. 어떻게?
'그 친구와 내가 갈 길이 다르다'라는 걸 깨닫고 나서다.
나는 이걸 그 사람의 '코어(Core)'라고 부른다. 자신의 코어가 있는 사람은 중심이 단단히 잡히게 되고 비교의 구렁텅이에서 자신을 건져낼 수 있다. 지속할 수 있게 되고, 실패를 견딜 수 있게 되고, 그렇게 쌓인 경험은 내 자존감이 되어주고, 나만의 장르와 정체성이 되어줄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켜켜이 쌓아 올린 수많은 경험들과 시간은 나의 개성이자 스토리가 되어 줄 것이다.
나만의 코어와 장르를 찾아 각자 자신만의 방향으로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