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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선 윤일원 Jun 02. 2024

전쟁은 속이는 도다

적장의 말을 믿는 어리석은 장수는 죽어 마땅하다.

    

1598년, 일본은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죽자 천하를 건 한판 승부인 세키가하라 전투를 벌인다. 도쿠가와 이에야스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아들 히데요리와의 전쟁이다.   

   

히데요리는 도요토미가 52세가 될 때까지 아들이 없자 조카를 양자로 맞아 후계 구도를 완성하였으나, 아들이 태어나자 조카를 할복시키고 가족까지 몰살시킨 다음 후계자로 앉힌다.     

 

이에야스는 치밀한 성격 그대로 전투병 대신 후방에서 군수지원을 하였기에 휘하에 많은 장병이 남아 있었던 반면에 히데요리는 수는 적지만 실전 전투력이 강했다. 이에야스는 쉽게 이길 전투라 생각했던 오사카성을 1년 동안 함락시킬 수가 없었다.      


그 이유는 높다란 성벽이 아니라 커다란 두 개의 해자 때문이었다. 드디어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내 체면을 봐서 화해의 표시로 바깥의 해자 하나만 메워주게. 그러면 전쟁을 끝내겠네" 하면서 히데요리를 유혹한다.   

   

결국, 히데요리는 이에야스의 제안에 따라 바깥 해자 하나를 메워도 좋다는 통보를 했고, 이에야스는 약속과 달리 밤새 안팎의 해자를 모두 메워 버렸다. 이중 해자가 사라진 오사카성은 더 이상 난공불락의 요새가 아니었으며, 천수각을 점령하는 데는 한나절도 걸리지 않았다.     


히데요리는 불타는 오사카성을 바라보면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부하 장수가 "어찌 무사가 속임수를 쓰는가?"라면서 이에야스에게 항변했지만 들려오는 대답은 "적장의 말을 믿는 어리석은 장수는 죽어 마땅하다."라는 빈정거림이었다.     




“전쟁은 속이는 도다(兵者, 詭道也).” <손자병법> (시계 1-3)     


어떻게 속일 것인가? 5천 자 남짓 되지 않은 <손자병법>에 이토록 자세히 알려준 것은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까닭에 능력이 있어도 없는 듯 보이고, 용병을 하되 하지 않은 듯 보이고, 가까이 있으되 멀리 있는 듯 보이고, 멀리 있으되 가까운 듯 보이고, 이로움을 탐하면 유혹하고(利而誘之), 혼란하면 취하고, 실하면 대비하고, 강하면 회피하고, 화내면 소란스럽게 하고, 비굴하면 교만하게 하고, 편하면 수고롭게 하고, 친하면 이간질하고, 공격하면 수비하여 그들이 생각하지 못한 곳으로 출격해라.”   

  

<천자문> 제15구는 “愛育黎首(애육여수), 臣伏戎羌(신복융강)”이며 이를 해석하면, “사랑으로 백성을 대하면, 서쪽 오랑캐도 복종하여 신하가 된다.”라는 뜻이지만, 사실은 위 ‘利而誘之(이이유지)’의 전략을 한(漢) 가의(賈誼)가 흉노(匈奴) 회유책으로 차용한 것뿐이다.     


“그들에게  멋진 옷감과 수레를 주어서 그들의 눈을 현혹시킬 것, 정교한 음식을 주어서 그들의 입을 회유할 것, 음악과 여인들을 주어 그들의 귀를 현혹시킬 것, 고대광실과 곡물 창고와 노비를 주어서 그들의 배를 불려 줄 것  그리고 자진하여 항복하는 자들에게는 황제가 호의를 보여 직접 연회를 베풀고 손수 술과 음식을 따라 주어 그들의 마음을 호릴 것, 바로 이것을 ‘다섯 가지 미끼’라고 부를 수 있으리라.”  



   

이렇듯, ‘전쟁은 속이는 도다’라는 명제는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마오쩌둥의 16자 전법으로 응용된다.   

   

“적이 공격하면 후퇴하고, 적이 주둔하면 소란스럽게 하고, 적이 지치면 공격하고, 적이 물러나면 추격한다(敵進我退, 敵駐我擾, 敵疲我打, 敵退我追).”      


현 국제정치학의 대가인 미어세이머 교수는 <강대국 국제정치의 비극>에서 현 국가는 어느 정도 공격적 현실을 띠게 되는 데 그 가설 중 하나가 “어느 나라도 상대방의 의도를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에서 출발한 것을 보면 <손자병법>의 논리가 국제사회에 광범위하게 퍼진 것도 사실이다.    

 

우리는 북한의 의도를 정확히 모른다. 그러니 가장 확실한 방법은, 북한의 군사 전력이 우리 군사 전력의 60%에 못 미치도록 압도적 전력을 유지하는 것이 거의 전쟁을 막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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