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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선 윤일원 Jun 11. 2024

석유가 나오면 오히려 불행한 나라

선거철만 되면 몇조 원은 껌값 정도로 마구 쓰기를 좋아하는 정치권이...

인류가 문명의 길을 걸으면서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가 자기 근육이나 동물을 이용한 노동에서 무생물인 기계에 노동을 의존하면서 삶의 질이 완전히 달라졌고, 그렇게 지긋지긋하게 달라붙었던 가난과 질병으로부터는 해방되었지만, 검은 석유로부터 완전히 해방되지는 못했다.     


1870년대의 뉴욕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말’이었다. 교통수단은 물론 운송의 대부분을 차지한 것은 마차였으며, 인구 17명당 한 마리꼴로 대략 20만 마리의 말이 필요했다.      


말은 인간처럼 먹고 싸야 한다. 말먹이인 건초는 겨울철 화재의 주요한 원인이 되어 뉴욕을 몽땅 불태운 적도 있었지만, 그보다 더 시급한 것은 말똥이었다. 말은 하루에 평균 11킬로 정도 똥을 싸니 이 도시에서 발생한 하루 똥의 총량은 거의 2,300톤에 달했다.     


그 당시 물류로 말똥을 즉시 처리할 수 없어 결국 길거리나 공터에 쌓이기 시작했고, 급기야 그 높이가 약 20미터에 달한 것도 있었다. 여름철만 되면 악취로 코를 찔렀으며 파리나 모기와 같은 해충이 들끓기 시작한 것은 당연했다.      


오~, 비라도 내리면 걸쭉한 똥물이 인도를 넘쳐, 집 마당이나 지하실로 스며드니, 집을 모두 지상 1~2미터 높이에 지어야 했고, 식수 오염으로 발생하는 2차 질병은 감내하기 어려운 지경이 되었다.  


   

당연한 결과였다. 뉴욕처럼 오밀조밀 모여 사는 대도시에는 거기에 걸맞은 고농축 에너지가 필요했다.      


이 문제, 도저히 풀릴 것 같지 않은 이 난제를 해결한 것은 한 젊은 모험가 에드윈 드레이크가 펜실베이니아 타투스빌 땅속에서 석유를 발견하고, 1903년 헨리 포드가 자동차 회사를 설립하면서부터 해결의 실마리를 보이기 시작했다.     


1941년 12월, 일본제국 연합함대 사령관 야마모토 이소로쿠는 한편으로 “우리는 평화를 원한다”라고 속삭이면서 항모 6척에서 발진한 제로센 전투기 360대로 조용히 진주만을 공습했다. 이들이 반말한 가장 큰 원인은 미국의 ‘석유금수’에 대한 반발이었다.     


이제 인간은 에너지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다. 에너지가 안보로 바뀐 현상은 인류 문명사 필연적 결과였다. 그 어디엔가 존재한다는 만병통치약이 있다면 어쩌면 에너지일 수 있다.   

  


2024년 6월, 대한민국의 에너지 자립도다. 원유 생산량 0, LNG 생산량 0, 우라늄 생산량 0, 석탄 생산량 겨우 100만 톤. 세계 top 5 경제 대국을 꿈꾸는 나라, 작지만 강한 대국을 꿈꾸는 나라, 문화로 세계 제패를 꿈꾸는 나라, 문명화된 대한민국의 에너지 현주소다.      


이 모든 에너지는 세계의 화약고인 중동이나 언제 우리를 강압할지 알 수 없는 러시아로부터 수입한다. 그것도 호르무즈 해협, 말레이시아 해협, 대만해협, 대한해협을 통과한다. 이중 호르무즈 해협을 제외하고는 모두 미‧중 패권의 불씨인 중국의 제2도련선(島鍊線, island chain) 안에 있다. 

    

우리나라는 참 이상한 나라다. 마치 절대로 석유가 생산되어서는 안 되는 나라처럼 행동한다.    

  

이미 시작된 포퓰리즘으로 선거철만 되면 몇조 원은 껌값 정도로 마구 쓰기를 좋아하는 정치권이 석유 생산 가능성 20%를 앞에 두고 "돈이 없다"고 날 선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좀 안다는 지식인도 이 대열에 동참하여, 경제 전문가는 석유 생산 원가구조를 이야기하면서 경제성이 ‘있다니 없다’를 논하고, 기술 전문가는 개발 과정 중 발생하는 수많은 문제점 하나를 물고 늘어져 전부인 양 침소봉대하고, 정치 비평가는 현 정부의 성급함을 비난하기에 여념이 없다.   


  

오호통재라!     


그러면서 겨울철만 되면 요소수 대란으로 자동차 운행이 중지될까 봐 걱정하고, 휘발윳값이 올라 전기차로 바꿀까 또 걱정하고, 은근히 전기 요금 인상에 부정적 시각을 보이면서 정부의 비난에 동참하면서도, 첨단 제품 핵심 소재인 희토류금속의 글로벌 공급망에 대해 우아한 지식 자랑에 여념이 없다.     


당근, 우리나라 희토류 생산량은 0이다.


#에너지안보 #석유자립도 #포퓰리즘 #포항석유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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