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는 매번 비행기를 타고 갔었다. 짐을 싸고 지하철을 타고 김포공항에 가서 짐을 부치고 비행기를 탔다. 비행기를 타는 일은 아내와 딸아이가 좋아했다. 비행기를 타는 건 많이 해볼 수 없는 신비한 경험이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고 짐을 끌고 부치고 찾는 번거로움이 있다. 제주도를 여러 번 가보면서 비행기도 여러 번 타서, 비행기 경험의 한계효용도 점점 낮아지고 있던 시점. 돈도 아끼면서 새로운 여행 경험을 해보고 싶었다.
집에 캠핑카는 없지만 오래 타고 있는 차가 한 대 있다. 트렁크에는 몇 년 전 사두었던 값싼 캠핑 의자도 세 식구에 맞게 세 개가 실려 있다. 기름만 두둑하면 언제든 출발할 수 있었다. 차를 싣고 가는 제주도.
제주도 가는 배편을 찾아봤다. 인천에서 출발하는 배는 다시 개시했다가 얼마 전 다시 멈췄다. 세월호 아픔도 아직 가시지 않았고, 수지타산도 안 맞나 보다. 제주도 가는 배편은 목포, 완도, 여수, 고흥 등에 있었다. 나만 몰랐지, 남도와 제주도는 배로 지척이었다. 선택지는 많았다. 다만 출발 배편은 하루에 두 편 정도 있었는데, 예약을 미리 못한 나머지 예약이 많이 차 있었다. 딸아이도 있으니 밤에 출발하는 건 체력적으로 어렵고, 낮 시간대 출발로 알아봤다.
완도항에서 제주항으로 들어갔다가, 제주항에서 다시 여수항으로 나오는 배편 예약에 성공했다. 1차 여행 계획 완료. 여행기간은 일주일로 잡았고, 여행경로는 군산, 변산, 목포, 신안, 완도, 제주도, 여수로 정했다. 차를 끌고 한 번에 완도까지 가면 반나절은 족히 걸리니, 중간중간 가보지 못한 남도 지역을 들렀다 가기로 했다. 일명 '제주도를 가기 위한 남도 기행'이다. 아내는 숙박 예약을 신속히 진행했다. 1박당 평균 8~9만 원 내외로 금세 예약했다. 군산, 변산에서 하룻밤씩, 목포에서 이틀밤, 제주에서 사흘밤을 자기로 했고, 여수에서 하룻밤을 더 잘지는 그때 생각해 보기로 했다.
군산의 근대 건축물과 예스러움, 새만금 방조제의 탁 트임, 변산의 아름다운 풍광, 목포의 고즈넉함, 신안의 다도해와 해변, 남도 평야의 지평선, 배 위에서 보는 남해의 수평선과 해넘이와 노을, 제주도의 오름과 해변과 바다 모두 세 가족에게 여유로움을 선사했다.
8월 초 제주항에서 여수항으로 가는 남해에서, 해넘이와 낙조
완도에서 제주까지 두 시간 반, 제주에서 여수까지 다섯 시간 반. 배 위에서 간식을 먹고 책을 보고 이야기하고 올림픽을 보는 재미도 좋았다.
즐거운 여행. 비행기 타고 가는 제주 여행보다 저렴했고, 여유도 많았다. 남도 기행도 즐겼고, 경험해보지 못한 곳의 아름다움도 만끽했다. 자동차를 타고 싣고 가는 남도와 제주도 여행, 다음에 또 가자고 세 식구는 약속했다.
추신) 기름을 태워 이산화탄소를 내뿜는 자동차 운전에 대한 약간의 죄책감을 갖고 있다. 나중에 돈을 더 벌면, 전기차를 사서 타고 남도로 갔다가 제주도에 차를 싣고 가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