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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쿰파니스 Apr 26. 2024

 하얀 공기

240417. 감사 일보 4.

다음 세 가지 날씨의 공통점은?


비 오는 날,

구름이 내려온 날,

미세먼지가 가득한 날.


공기가 하얀색이다.


비가 물러서니 미세먼지가 들어선다.

세상이 온통 하얗다.

안개 자욱한 것처럼 뿌옇게 흐리다.

나쁜 것 싫은 것 보이지 않아서 좋긴 하다.


감사 일기 4일째,

첫 번째 고비다.

안개 낀 것처럼 막막하다.

매일 다섯 가지씩 일백 번 쓴다고 동네방네 소문 다 냈는데 ... .


하얀 세상 가운데 앉은 것처럼 막막하다.

괜히 시작했나 싶기도 하고.

오백 가지를 찾아야 하는데 ... .


하지만 낙장불입(落張不入) 아닌가,

못 먹어도 고.

가는 데까지 가보지 뭐.

억지로 꿰 맞추며 좀스러워지긴 하겠지만.


1. 미세먼지


이게 미워할 일만도 아니다.

중국에서 온 황사인데 워낙 가늘어 미세먼지라 부른다.

여러 가지 효험이 있다.


첫 번째가 서해바다에 녹조가 없다.

왜 그 뉴스에서 보지 않았던가.

남해에 녹조가 발생하면 황토를 냅다 퍼붓는 거.

그러고 보면 서해바다는 황사 덕을 톡톡히 보는 셈이다.


두 번째가 맛있는 쌀밥을 먹을 수 있다.

뭔 말인고 하니.

어려운 말을 피해 가려고 하는데 어쩔 수 없다.

객토(客土)라는 게 있다.

토질을 개량하기 위하여 다른 곳에서 흙을 파다가 논밭에 옮기는 일을 뜻한다.

하천부지의 충적토(沖積土)나 붉은 빛깔의 산지(山地) 토양이 제격이다.

이걸 황사가 해준다.

해마다 막대한 양이 날아와 논에 객토(客土)를 해주는 것이다.

간척지 논과 같은 환경을 만들어 준다.


세 번째가 소나무를 건강하게 해준다.

송충이는 솔잎만 먹어야지 갈잎을 먹으면 죽는다는 말이 있다.

자기 분수, 역할을 알아야 한다는 의미다.

오르지 못할 나무 쳐다보지도 말라는 속담과 비슷하다.

말이 빗나갔다.

그 송충이가 극성을 떨면 소나무 피해가 극심하다.

내 코흘리개 학창 시절엔 송충이도 잡으러 다녔다.

그 송충이를 미세먼지가 없애준다.

워낙 가는 입자여서 호흡기를 막아 숨 막혀 죽게 한다.


요즘에는 중국 산업화로 황사도 오염되었다고 한다.

오고 가는 황사 막을 수는 없으니 마스크 쓰고 다녀야지 별 수 없지 않나 싶다.

코로나 때 전 국민이 마스크를 써 봐서 알겠지만,

이게 참 도깨비방망이 같다.

누구나 마스크를 쓰면 미남 미녀로 둔갑한다.

눈이 미운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그래서인지 코로나 때가 그립다는 분도 더러 있다.


이래저래 따지고 보면 미세먼지도 참 고마운 존재다.

2. 사이다의 추억


고향마을에서 연일 봄 소풍 오라고 유혹한다.

고인돌 공원에 애간장 녹이게 꽃이 흐드러졌으니,

뜯고, 씹고, 맛보고, 즐기라고.


오죽하면 이런 말이 생겼을까.

내 죽기 전에 그곳 한 번 가봤으면.


오후 간식 때,

페이스북에서 고인돌 봄꽃 축제 검색하는데,

옆에서 칼칼한 목을 축이라고 사이다를 건넨다.

맙소사, 그것도 칠성 사이다를.


초등학교 소풍 때 빠지지 않고 싸갔던 것이 칠성 사이다였다.

그때를 생각하며 시원하게 부었다.

고인돌 봄 소풍의 성공도 기원하면서.

추억을 소환해 주어 고마웠다.

3. 우아한 국밥


국밥이 거기서 거기다고?

천만에.

미슐랭 가이드 서울 2024년에 선정되었다.


길을 걷다가 우연히 보았다.

국밥집 앞에 줄이 끝이 없었다.

사연을 듣고 보니 궁금증이 일었다.


세 번을 찾았다.

국밥이 무슨 제갈량이라도 된 듯.

겨우 맛을 보았다.


여기서 맛은 평가하지 않으려 한다.

그건 각자가 미인을 구분하는 기준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서다.


싸구려 서민 음식이라고 대충 대했던 국밥이었다.

그렇게 화려하고 우아하게 변신시켰을 줄이야.

그 아이디어가 탁월했다.

결국 아이디어를 한 그릇 먹은 셈이다.


고정관념을 깨준 주인에게 무한 감사를 표했다.


4. 음악 한잔


일본 록 그룹에 스파이에어(SPYAIR)가 있다고 한다.

그들이 '내 친구(My Friend)'를 불렀고.


네이버 블로그 'log_hero의 영웅시대'를 운영하는

'log_hero'님이 선물로 보내왔다.

기타 사운드가 좋았다.

"내일 다시 각자의 길을 걸어도 헤어지지 않아, 친구니까"로 시작하는 가사도.


묘하게 중독성이 있다.

고마움으로 듣고 또 들었다.


5. 줌(ZOOM)


일주일에 한 번.

'애정이 넘치는 아무개씨

'영웅시대'와 만난다.

각자 글을 한편씩 써온다.


돌려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다듬기도 한다.

글 쓰는 능력이 비온 뒤 숲처럼 풍성해진다.

일주일 중 제일 행복한 시간이다.

행복을 나눌 수 있는 친구들이 있어 고맙다.


오늘의 감사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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