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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쿰파니스 Nov 02. 2024

뒤끝 있는 남자였네

[밤 9시 글쓰기 25] 24.11.02. 책방 초대권 광주여성영화제

어제 오전 10시 10분 문자를 받았다.

동네 책방에서 보낸 것이었다.  

   

광주여성영화제

일시: 11월 6일 ~ 10일

6일 19시 개막작 – 광주극장

그 이외 상영관은 cgv광주금남로

리플렛과 초대권은 책방에 있답니다   

  

지난 5월 말쯤이었다.

광주에 거처를 마련하고 모든 것이 신기할 때였다.

시간이 날 때마다 동네 마실을 다녔다.

그때 골목길에서 만났다.  

   

안면을 튼 기념으로 책을 샀다.

연락처를 남겼고, 종종 행사 안내 문자가 왔다. 

또 책을 구입하였고,

멋진 책방이라고 소문도 퍼뜨렸다.

     

여름 동안 하는 일 없이 바빠 책방 나들이가 뜸했다.

그리고 어제 문자를 받았다.

북토크 안내와 추천 도서도 함께 안내했다. 

    

마침 구입할 책이 몇 권 있었다. 

어제 큰 서점 앞을 지났다.

전문서 적은 아니니 동네 책방에도 있겠다 싶어, 

할인과 적립을 포기했다.

     

광주여성영화제 초대권만 받으면 손이 부끄러울 듯하여

그 책방에서 사면 좋을 듯했다.

집에서 가까우니 만약 없으면 주문만 넣고 

다음에 찾으러 가면 될 일이었다.  

   

오후 일정을 서둘러 끝내고 책방으로 갔다. 

손님 두 분과 이야기 중이었다.

이야기가 어느 정도 끝나기를 기다려,

책을 찾으며 물었다.

     

광주여성영화제 초대권 남았나요? 

    

없어요. 

    

애초부터 그런 건 없다는 듯이 말했다.

도끼로 나무를 쪼개듯 했다.

순간 얼굴이 화끈거렸다. 

부끄러움 때문이었을 것이다.

문자 이야기를 꺼내려다, 그만두었다.

구질구질해질 것 같아서였다. 

    

대신,     


이번에 이야기 나눌 책이 이건가 보지요?     


북토크 한다는 책을 들고, 

문자를 받았음을 에둘러 표현했다.

그 작가에 대해서만 침이 튀도록 말했다. 

같이 있었던 손님에게 설명하는 듯한 고급스러운 방식으로. 

    

책방에서 말하지 않았다면,

그곳에 초대권이 있는 줄 어찌 알겠는가.

본인이 작성한 문자였을 테니,

몇 장 되지 않고 찾는 분이 많아 벌써 떨어졌다, 라고 한다면,

말하는 사람 품위 있어 보이고

듣는 사람 기분 나쁘지 않았을 터인데.

(아니, 처음부터 거짓이었나?)   

  

찾던 책은 전부 있었다.

뜻밖의 발견으로 같이 가져가고 싶은 것도.

     

잠시 망설였다.

결국 내려놓았다.

다음에 큰 서점에 다녀오지 뭐. 

    

집 오는 길에 도서관 들러,

아쉬운 대로 한 권 들고 왔다.   

  

나도 몰랐던 나를 발견했다.

까치 배보다 더 하얀, 깔끔한 성격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의외로 뒤끝이 있는 남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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