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똥책
문자 그대로 그것은 선물, 딱 그 선물이었다.
선물 포장에 흔히 쓰이는 분홍색 종이 조각을 이불처럼 깔고 앉은 생후 2개월 강아지. 상자를 안고 집에 오는 그 길, 흔들림 없는 안락함을 제공하기 위해 내 팔은 긴장으로 굳어 있었지만 가슴은 흥분으로 터질 지경이었다. 방에 내려놓자마자 방을 한 바퀴 돌아보더니 한 스푼만큼의 오줌을 찍 싸놓고 유유히 그 자리를 총총 떠나는 모습조차도 감동이었다. 하교한 내 아이들이 잠시도 강아지를 품에서 내려놓지 않고 성가시게 구는 것을 말리며 잔소리를 할 때도, 저녁에 남편과 아이가 충동구매해 온 촌스러운 강아지 쿠션과 성견용 사료 한 포대를 반품하라며 짜증을 낼 때도, 여전히 행복으로 충만했다.
문제는 전혀 예상치 못한 것부터 시작되었다.
강아지를 방에 풀어놓고 침대 위에 누운 그 첫날, 나는 밤을 꼴딱 새웠다. 아기 강아지가 밤새 낑낑대며 울었다. 누구도 말해주지 않았다. 어린 강아지도 신생아처럼 밤잠을 안 잔다는 사실을. 그 힘들었던 내 아이들의 신생아 시절, 통잠을 자는 시기만을 기다리며 좀비 상태로 버티던 그 시절을 떠올리며 후회했다. 아니, 맘카페엔 아기의 통잠만을 고대하며 수면 부족으로 인한 고충이 넘쳐나는데, 애견카페에서 그런 글은 본 적이 없었다. 낑낑대며 울 때마다 깨서 방을 배회하는 강아지를 부르며 목소리를 들려줬고, 침대 밑에 매달리며 낑낑대는 강아지의 머리를 쓰다듬어 달랬고, 급기야 일어나서 킁킁거리며 똥을 추적하고 치워야 했다. 심지어 침대에서 내려올 때 아기 강아지를 밟을까 봐 염려되어 조심조심. 강아지와 같이 자겠다며 내 옆에 누운 딸들은 그동안 단 한 번도 깨지 않았다. 동트기 전, 포털사이트에 검색어를 입력했다. 강아지 통잠. 없다. 다시, “아기”강아지 통잠. 없다. 애견카페에 검색어를 넣었다. 강아지 통잠. 없다. 기약 없는 밤샘 육아가 다시 시작되었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으면 잠이 확 깨어야 하는데, 여전히 졸렸고 밤새 자다 깨다자다 깨다 자다 깨길 반복하며 날이 밝았다.
이틀을 온전히 잠을 설치고 3일째 되던 날, 퀭한 눈으로 배달 온 사료 봉투를 개봉하자마자 인정했다. 내가 성급했다. 3년의 망설임도 부족했다. 더 신중했어야 했다. 샘플용 사료에서는 미미했던, 한 줌에서는 그나마 견딜만했던 냄새. 고단백의 사료 한 봉지를 개봉하는 순간 우욱 헛구역질과 함께 이 문제는 극복이 힘들 것이라는 깨달음이 머리를 때렸다. 언젠가는 해결될 통잠 문제와는 다르다. 다시, 포털 사이트를 열었다. 냄새 안나는 사료. 성분을 따지는 정보는 넘쳐나는데, 사료 냄새는 다들 그리 예민하지 않은 듯했다. 오히려 성분이 좋은 고가의 사료가 냄새가 더 심하다는 정보를 얻고 울고 싶어졌다. 눈을 뜨자마자 오줌이나 똥, 심지어 침대에 바짝 붙어 웅크리고 잠든 털뭉치를 찾아 밟지 않게 조심조심 내려오는 것은 사실 큰 스트레스를 주지 않았다. 언젠가는 절로 해결될 일이었으니까. 역한 냄새에 예민한 체질을 어쩔 것인가. 커뮤니티에 글을 남겼다. 답글이 달렸다. “개를 데려온 뒤에 개털 알레르기가 있다는 걸 알았어요. 알레르기 약을 먹으면서 기릅니다. 개는 사랑입니다.” 아,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
고백하는데, 정말 돌려보낼 수만 있다면 가족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보냈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