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초등교사 미국 유학기
ㅡㅡ넌 일본어 안 배웠어? 넌 땐 일본어가 대세 아니었나?
- 아니, 시작이었지. 우리는 독어와 일어 중 선택할 수 있었는데, 난 독어반이었지. 내 희망이라기보단, 반편성고사 30프로까지는 독어반이었어. 편법 우열반 편성이었지. 아베체데에에프게.. 그 담이 뭐였더라.
ㅡㅡ난 불어. 물론, 하나도 기억 안 나.
- 예전엔 불어, 독어 많이 했는데. 요즘은 일본어, 중국어가 대세지? 애들 일본어 학원은 찾기 쉽겠다.
아니었다.
“어린이 일본어 회화 학원”은 네이버와 구글 지도 위에서는 사교육의 성지, 대치동에 유일했다. 그것도 하나 찾았다, 하나. 그래서 우리는 일단 그 유명한 K학습지를 구독했다. 학습지프로그램 자체가 일본 것이기에 기초일본어를 위한 단어와 문장학습을 위한 반복연습에는 그만한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방문교사는 숙제 점검만 해줄 뿐, 역시 일본어엔 까.. 막눈 이더라는 황당한.. 집에는 세이펜, 에그펜과 함께 구몬펜이 굴러다녔고. 내가 중학교 때 처음 영어를 배웠던 그 방식 그대로 아이들이 일본어를 배우고 있는 것을 지켜보며 고민하기를 한 달. 더는 못 견디고, 분연히 박차고 뛰쳐나가 발로 직접 뛰어 원어민 선생님을 찾았다. 나는 아니고 추진력 최강 남편이. 나는 그저 멱살 잡혀 이리저리 끌려다니다 일본 주재원 가족들이 많이 모여산다는 그 동네의 어린이집까지 방문했다 등의 고난했던 지난 사연은 이하 생략하겠다.
결국, 우리 아이들은 일주일에 두 번 원어민 선생님에게 개인 과외를 받게 되었다. 이 일본인 선생님을 만나기까지, 쉽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확인한 것은, 우리의 외국어 공부는 오로지 시험 점수를 위한 것, 일본어는 유행이 갔다는 것, 중국어가 대세라는 것. 제2 외국어로서 일본어를 익히는 것이 의미가 있을지, 내 아이들이 컸을 때 제2 외국어 하는 것 자체가 의미 없어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귀결. 의미 없다 다 관두고 싶어졌다. 절대 내가 힘들어서 그런 생각을 한 게 아니었다.
ㅡㅡㅡ2024년 첨언. 중국어의 인기도 한 물 간 거 같고. 미국에서 살아보니 스페인어를 배우면 좋을 거 같고. 챗gpt가 등장하고 보니, 그냥 영어 하나면 되겠다 싶다. 갸가 그냥 영어원어민이더만. 유행이고 뭐고 영어가 유일신이 되어버렸다. 쳇. 아니지, 영어만 하면 되니, 다행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