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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 Jun 02. 2024

결혼 반지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결혼반지를 하고 싶지 않았다. 첫 번째로 예신과 나는 거추장한 악세사리를 착용하지 않았으며, 몇 년 전 기껏 맞춘 커플링도 하고 다니지 않았다. 두번 째로, 스리슬쩍이나마 종로에 가서 결혼반지를 알아봤을 때, 프로포즈링, 웨딩밴드, 가드링 이라는 용어를 보고 기겁팔색하기도 했다. 일상생활을 하며 착용하는 웨딩 밴드와 연인에게 결혼을 수락할 때 제안하는 프로포즈링. 영화에서처럼 다이아몬드가 박힌 것이 일반적이며, 보통 다이아몬드 3부를 기본으로 한다고 한다.


한편으로는 남들 다 하는 결혼반지가 왜이렇게 하고 싶지 않은지 내가 밉기도 했다. ‘남들이 다 빨간색을 좋아한다고 해서 나까지 빨간색을 좋아할 필요가 있나요. 내가 싫으면 싫은 거지.’ 상담선생님은 내 의견을 존중해주었다.


하지만 문제는 늘 그렇듯 엄마였다. 선생님은 1차가정인 부부에게 이미 3차가정인 부모가 너무 많이 들어와있다고 했다.


‘선생님, 저는 늘 엄마한테 거짓말을 하거나 맞춰주거나 하면서 삶을 살았어요. 반지도 엄마의 뜻대로 그냥 좋은 게 좋은 거다라고 생각하며 맞춰주려고 알아보는 중이에요.‘


‘늘 조마조마한 삶을 살았군요. 혼날 까봐, 들킬까봐. 근데 조이 씨는 꼭 엄마한테 혼나지 않기 위해 사는 것 같아요. 그게 조이 씨 인생의 목표인가요? 엄마 화나지 않게 만들기. 그게 조이 씨 인생의 목표라면 계속 맞춰주면서 사는 거고요.’


뒤통수를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엄마에게 늘 혼나지 않기 위해 살다니. 어린 조이는 늘 그래왔다. 하지만 서른 살이 된 조이는. 안타깝게도 여전히 그러고 있었다. 여전히 그녀를 좋아하며, 무서워했고 두려워하며 사랑했다. 엄마를 애증했다. 사랑하는 동시에 증오했고, 증오하는 동시에 사랑했다. 가장 힘든 게 양가감정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상담을 마쳤다.


다음 번 미션은 ‘결혼반지 안한다고 말하기’ 였다. 남들이 보면 미션 같지도 않은 미션이지만 나는 입을 떼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다음주 상담을 가는 날 하루 전에 엄마한테 말하기로 했다. 선생님한테 다음날 말하지 않으면 미칠 것 같으니까.


선생님은 이제 나의 제 2의 엄마다. 양육의 기본은 아이의 자립을 목표로한다. 나는 친모에게 자립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으므로 상담 선생님에게 배우고 있다. 하지만 나는 이게 건강한 사람에게 하는 건강한 의존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자립하는 법을 배워야 내 아이에게도 자립하는 법을 가르쳐줄 수 있으니까. 시간이 얼마나 걸리더라도 꼭 배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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