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부터 운동이라곤 거리가 멀었다.
워낙 운동신경이 없는 편이라 체육시간은 늘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제발 체육시간에 비가 오길 바랬었다.
자유시간에 같은 팀을 할 피구 조원을 뽑을 때 맨 마지막으로 남겨지는 건 항상 나였다. 눈을 감고 주장이 나를 뽑아주기를 기도하며, 옆 친구들이 한 두명씩 떠날 때 남겨지는 소외감은 늘 내 몫이었다.
우울증에 운동이 좋다더라. 그냥 무작정 피티를 끊었다. 10회에 오십만원짜리 ‘시발비용’이었다. 다행히 피티 선생님은 미친듯이 상냥했고 친절한 영업사원이었다. 내가 운동을 못한다고 나무라지도 않았고, 부드럽게 완곡한 표현으로 자세를 고쳐주며, 이런 저런 칭찬을 하며 수업을 이끌었다.
50분의 운동이 이렇게 빨리 가다니.
아무 잡념 없이 떠난 한시간이 흘러 있었다.
무언가 해냈다는 아주 작은 성취감과 함께.
돈만 있으면 뭐 월화수목금토일 365일 피티를 끊고 내 자세와 운동을 봐줬으면 좋겠다.
분명 신세계였다.
선생님은 내가 3kg쯤 증량을 하면 좋을 거라고 했다.
우울증으로 빠진 5kg였다.
앞으로 하루에 80g의 단백질을 먹으면 좋다는데.
네 개의 가슴. 닭의 심장이 남아나질 않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