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새벽 3시가 되었다. 이 시간이 되면 생각 나는 노래가 있다. 바로 오지은의 ‘익숙한 새벽 3시’다. 요즘 애들은 오지은이 누군지나 알까? 어렸을 때 오지은 노래를 좋아했다. 라떼는 홍대 여신이었는데 지금은 음반 활동보다는 책을 더 많이 쓰시는 거 같다. 에어팟이 없던 고등학생 시절, 이어폰을 귀에 꽂고 음악을 들으며 공부하곤 했다. 새벽녘쯤에는 특히나 오지은 노래를 즐겨 들었는데 ‘익숙한 새벽 3시’를 가장 좋아했다.
"전화기를 전부 / 뒤져 봐도 딱히 / 보고 싶은 사람도 없지만 / 내가 생각해도 이상한 지금 / 누구라도 보고 싶어 / 거리를 걷고 / 또 친구를 만나고 / 많이 웃는 하루를 보내도 / 오늘도 나는 잠 못 드는 / 이미 익숙한 새벽 3시"
지금이야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아저씨지만 고등학생 때에는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났다. 매일 새벽 3시가 되면 뭔가 센치해지고 살짝 우울하기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몽글몽글한 느낌이 올라왔는데 그 기분이 싫지만은 않았다.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 걸 알지만서도 마음대로 되지 않아 느껴지는 답답함과, 한 학년 위의 누나를 좋아했지만 어디 가서 말할 순 없던 괴로움으로 가득 찼던 그 시절. 왠지 오지은 누나(?)는 내 마음을 아는 거 같았다.
재밌는 건, 사주를 공부하다 보니 새벽 3시가 원래 그런 갬성의 시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점이다. 옛날에는 이때를 축시, 즉 소의 시간이라고 불렀다. 소는 오행적으로 봤을 때는 토(Earth)에 속하는데 그중에서도 ‘겨울의 흙’이라고 본다. 겨울의 언 땅은 습기를 머금고 있어 수렴하는 성향이 있다. 이러한 이유로 사주에 소가 있으면 몸이 찰 수도 우울할 수도 있다. 그래서 이 기운을 바깥으로 내보내는 연습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소의 시간이 우울하고 어둡기만 한 건 아니다. 밤이 깊어질수록 해가 뜨는 순간 또한 가까워지니 이 시간은 그 어느 때보다 뜻깊다. 살짝 센치해지고 불안하면서도 이 기분이 곧 끝난다는 사실을 알기에 괜히 아쉬운 것도 이 때문이다. 오지은 님(왠지 님이라 불러야 할 거 같다)도, 나도, 한때는 소의 시간 동안 패션 우울을 즐기며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곤 했지만, 사십 언저리가 된 지금은 잠을 잔다. 그래도 가끔, 이렇게 잠이 오지 않는 밤이면,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을 그리워하며 노래를 흥얼거리게 된다. 이미 익숙한 새벽 축시-♪